[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문예출판사가 <70세 사망법안, 가결>의 저자 가키야 미우의 신작 장편 소설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출간했다.
소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홀로 살던 시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시어머니 유품 정리를 시작한 며느리 모토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토코는 유품 정리 업체의 비싼 비용 때문이기도 했지만, 스무 평 남짓의 집이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집안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양의 유품들에 아연실색하며 절망하고 만다.
남편의 초등학교 교과서, 시아버지의 40년 치 월급 명세서 다발, 50권이 넘는 앨범과 유통기한 6년이 넘은 식용유는 차라리 처분하기 쉬운 편이다.
방마다 딸린 벽장과 옷장에는 옷가지들이 넘치고, 주방의 식료품을 비롯해 생필품과 전자제품 등 집기들이 온 집안을 점령하고 있다.
하루하루 짐들을 꺼내고, 분리하고,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해 물건들을 버리며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날로 깊어지고, 더불어 남편과의 갈등까지 빚게 된다.
잘 알지 못했던 시어머니의 진짜 모습을 천천히 보게 되면서 며느리 모토코와 남편의 생활도 조금씩 변해간다.
한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이 평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라고 한다면, 한 사람의 삶을 규정짓는 방법은 그 사람이 죽은 후 남겨진 물건, 즉 유품이다. 유품 정리는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을 이어주는 과정이다. 작가는 고독하고 단절된 현대 사회 속 인간관계의 복원과 화해에 메시지를 도서 속에 깊숙이 담아낸다.
도서에서 모토코는 계속해서 자신의 친어머니를 떠올린다. 시어머니와는 달리, 친어머니는 죽음 전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세상을 떠났기에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
유품 정리가 끝나갈 때 쯤 남동생 부부가 전달해준 친어머니의 일기장과 유품들 사이에 있던 시어머니의 일기장을 마주한 모토코는 두 개의 일기장을 통해 '두 어머니'의 진솔한 삶의 면모를 마주하게 된다. 복잡하고도 미묘하면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관계를. 이렇듯 인간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소설은 시어머니의 유품을 힘겹게 정리하는 며느리라는 일명 고부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소재를 차용해 오늘날의 인간 세태에 대해 성찰한다. 단지 고독하고,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세상이 됐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닌 먼저 손을 내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내 주변을 돌아보고 나와 가장 가까운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소설, 가키야 미우의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읽어봄 직하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