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법치' 보다 '염치' 챙기는 계묘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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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법치' 보다 '염치' 챙기는 계묘년이 되길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1.0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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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흑토끼의 해' 계묘년을 맞았다. '희망찬 새해'란 말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으레 새해가 됐으니 "복 많이 받으라" 덕담을 나누기 마련인데, 어느 해보다 팍팍한 삶이 예고되는 이번 새해엔 "잘 버티라"는 위로와 응원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지 않은 때가 언제인가? 기억이 가물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1년이 될거란 데에 이견이 없어보인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암울하다 고금리·고물가 속에서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에 이르고, 기업 부채 및 국가 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기업 부채가 원인이 된 IMF 외환위기 때와 달리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한 이번 위기가 극복이 더 어렵고 오래갈 것이란 진단이다. 비관적 전문가들은 일부 건설사 부도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많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 및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도를 우려한다. 우울한 전망이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어쩔수 없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시선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강조하며 복합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구호'만 있을 뿐 위기를 타개할 정책의 '디테일'은 실상 보이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근로시간 늘리고 노조 파업을 제압하는 것이 마치 '노동개혁'의 전부인냥 여기는 정부의 인식만 봐도 그렇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경제지표가 악화일로인 상황에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걱정스러웠다. 정책적 실책과 오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을때마다 전 정부 탓이라거나 대외 여건 때문에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구조라는 인식을 내세우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법치'의 과잉이 문제였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집권한 정부는 매사 '법대로 하자'였다. 정치는 실종됐고 '법치'가 '정치'를 깔아 뭉갠 1년이었다.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 대통령의 이 말은 내 말에 반기를 거는 세력과는 '타협 불가' 세력으로 겨눈 듯 했다. '협치'는 포기했고 '통합'보단 싸워서 이기겠다는 으름장으로 들렸다.

윤석열식 왜곡된 '자유'에 반하는 세력을 언론·노동자·야당으로 삼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고 했던 그 말은 이미 공허해졌다. 신년 기자회견을 거르고 특정 보수언론과 단독으로 신년 인터뷰를 한 것도 이같은 대통령실의 기류를 대변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경기침체가 본격화 될 거란 점이다.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대처 여부에 따라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차이는 크다. 어려움이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인데 '자유'만을 강조하며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시대로 가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여의도 정치권은 더 가관이다. 뉴스 속에 비춰진 국회의원들은 각자가 국민을 대표한 헌법기관이라고 큰 소리치며 줄곧 '민생'을 외쳤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무얼 했는지 돌아보면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대편 흠집 내기에만 몰두했다. 말꼬투리 잡는 지리멸렬한 싸움에 의존했고, 자기편만 바라본 '막말' 정치로 진실은 가리고 이른바 '갈라치기'에 매몰된 정치꾼들이었다.

새해엔 '법치' 보다 '염치'를 잃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염치의 사전적 용어는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다. 

대통령과 정치인이 대화와 타협 대신 갈등을 조장하고, 잘못해놓고도 외려 큰소리치며 염치를 잃었던 2022년을 반면교사 삼을 때다. 사방이 어두운 계묘년 새해다. 한국정치가 늘 그랬지만 윤석열 정부도 4년 뒤 "이게 다 윤석열 때문이다"라는 랩소디의 대상자가 되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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