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는 눈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그냥 하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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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보는 눈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그냥 하이쿠'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2.12.24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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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소한 일상 속에서 건져 올려 양각한 풍경 담아
한 줄도 안 되는 시, 가슴으로 느끼는 하이쿠 161수
5.7.5 - 17음절로 구성…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위대한 문학이 가진 하나의 기능은, 말로 표현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생생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있다." 저자가 인용한 화이트헤드의 문장처럼 문학의 진정한 기능은 머리로 이해하는 시가 아닌, 가슴으로 즉각적 돈오(頓悟)의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하이쿠는 5.7.5 17음절로 이뤄진 매우 짧은 정형시다. 몇 개 안 되는 어휘만으로도 강렬한 울림이 있으며, 삶의 어두운 모습마저도 맑고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이 책 <그냥 하이쿠>는 간결한 표현과 생생한 감각을 표방하는 시집이다.

17글자로 이뤄진 짧은 시는 통통 튀는 물방울처럼 경쾌하고, 재치가 넘친다.

우연히 마주친 새끼 어치가 놀라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안목 있구나"(새끼 어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렇듯 책 전반에서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유쾌함이 흐른다.

한편으로는 쨍하니 선명한 이미지들도 있다.

하늘 위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섬이 흐르네/구름이 만드는 섬/하늘 바다 위:(흐르는 섬)이라고 표현한다.

움트는 봄나물 새싹이 꺾이는 모습을 "창백한 비명"(진도의 봄)으로 표현하면서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공감각을 선사하기도 한다.

“난 소망한다/내게 강요된 것을/거부하기를"(신자유주의)과 같은 시처럼 묵직한 상념을 짧고 굵게 전달한다.

그냥 하이쿠는 말로 쉽게 표현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생생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문학의 기능에 충실한 시집이다.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시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해 멀리한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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