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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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 ‘진퇴양난’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10.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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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불량' 드러나 공사지연 가능성...사법처리 부담으로 적극저지는 주저

[매일일보] 경남 밀양지역 송전탑 공사가 예정대로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신고리 3호기 핵심부품인 제어케이블의 불합격 판정으로 준공시기가 늦어지고 밀양 송전탑 공사의 시급성이 사라지고 주민의사를 다시 수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공사저지를 위해 
자재 수송 차량을 저지하려고 하지만, 경찰과 법원의 사법처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난 2일부터 보름간 송전탑 공사에 필요한 자재, 장비, 식량 등을 5개 현장에 대형 헬기로 공급해 왔다. 공사장으로 향하는 진입로와 산길에 반대주민이 농성장을 설치,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 16일 오전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84, 89번 송전탑 공사에 필요한 철근 등 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8대의 차량을 처음으로 공사장에 투입했다.

반대 주민 일부가 진입로에서 저항하기도 했지만 격한 몸싸움 등 물리적인 충돌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이날 격하게 반발하지 않은 것은 곳곳에 법원의 공사방해금지 고시문이 부착된데다 경찰이 집회 자체를 금지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은 지난 14일 한전이 공사하고 있거나 공사할 예정인 송전탑 현장 일대 35곳에 “공사를 방해하면 처벌받는다”는 내용이 담긴 고시문을 붙었다.

이는 한전이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 이계삼 사무국장, 주민대표 이모(71) 씨 등 25명을 상대로 낸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또 경찰은 지난 11일 송전탑 반대 대책위가 밀양시 단장면·부북면 송전탑 공사현장 인근 2곳에서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를 허가하지 않아, 반대 주민들은 한전 공사현장 주변에서 집회를 열 수도 없는 처지다.

바드리마을 진입로 농성장의 한 반대 주민은 “현재까지 주민 등 22명이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사법처리돼 이래저래 부담이 된다”며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반면에 한 주민은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더는 물러설 곳도 없어 재산권과 건강권을 지키려면 사법처리를 감수하고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장기화하는 밤샘 농성에 따른 고령자들의 건강 악화와 생업 지장 등으로 주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어 반대 대책위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한전이 공사장 기초굴착에 이어 기둥틀과 강판·철근 설치를 마친 뒤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레미콘 차량을 투입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레미콘 차량은 작업 특성상 장시간 줄지어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사장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으려고 거세게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앞으로도 공사에 필요한 각종 자재를 차량으로 공급하려면, 특히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필요한 레미콘차를 투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공사장 진입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신고리 3호기 핵심부품인 제어케이블이 불합격 판정을 받는 등 준공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밀양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사회적 공론 기구 구성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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