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본기 중심 유소년 교육 없이는 한국축구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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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본기 중심 유소년 교육 없이는 한국축구 미래 없다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2.12.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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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건설사회부 기자
조성준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2022카타르월드컵이 19일(현지시간) 한 달간의 축구 여정을 마치고 폐막한다.

2002년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기자도 여느 국민과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에 큰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경기를 보고 나니 2002년 4강 신화 이후 20년 동안 한국축구가 본질적인 성장을 이뤄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옆 나라 일본과 비교가 되는 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축구 스타일로 굳어진 많이 뛰고 정신력을 강조하는 소위 '늪 축구'는 기본기 부족에 따른 방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 기사를 보면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이 '한국 선수들은 기술은 뛰어난데 경험이 부족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다'는 식의 축구계 분석이었다. 스포츠 언론에서는 이를 그대로 옮겨적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축구 국대에게 체력 훈련을 강조한 이유도 속내를 따져보면 한국 선수들의 기본기가 축구강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조광래 전 국가대표 감독이 추구했던 패스 중심의 '만화축구'가 잘 안된 것도 선수 기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축구 전술사에 획을 그은 네덜란드 리누스 미헬스 감독의 '토탈풋볼(Total football)'도, 그의 제자 요한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에서 이를 발전시킨 '티키타카(Tiki-Taka)'도 모두 우월한 기술을 바탕으로 볼간수 시간을 늘려 주도권을 확보해 기회를 노리는 전술이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 브라질, 프랑스, 스페인의 축구도 전술 틀은 다르지만 모두 기본기라는 '기본'을 전제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이 팀들에는 작은 선수도, 큰 선수도 있고 많이 뛰거나 적게 뛰는 선수도 있지만 기본기를 통해 효율적이고 정확한 축구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축구가 4강 신화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세계 수준 한참 못미치는 기본기에 머무른 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된다. 옆나라인 일본이 그 사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면 그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기본기 향상을 위해서는 유소년 축구에서 승부가 아닌 재미를 위한 축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손흥민 선수를 학원축구에 보내지 않고 볼트래핑 중심의 혹독한 기본기 연습에 매진토록 한 손웅정 감독의 문제의식도 이것이다. 이강인 선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스페인에서 뛰면서 한국 유소년 시스템을 거치지 않았다.

20살이 넘은 선수에게 기본기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 국가의 축구 수준이 향상되려면 승부가 아닌 기본기 중심의 유소년 환경에서 자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국가대표가 되는 수밖에 없다.

20년이면 기본기가 훌륭한 새 선수들을 키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그 사이 한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은 개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당탕탕' 하다가 들어가는 골, 선수의 체력과 정신력을 쥐어짠 골들로는 더 높은 곳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축구계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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