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으로 풀 수 없는 저출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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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으로 풀 수 없는 저출산 문제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2.12.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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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월드컵을 보겠다고 몇 주 전 카타르로 향했다. 그리고 극적으로 16강행을 결정지었던 포르투갈 경기장의 분위기를 전해줬다. 그야말로 눈물 바다였다고 한다. 처음 보는 한국인들이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주변에 있던 카타르 현지인과 제3국의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을 칭찬하며 작지만 축구를 잘하는 나라라고 칭찬했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독일 축구팬은 승리를 축하하며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고 케이팝도 듣는다며 애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친구는 요즘 미국에서도 이런 ‘국뽕의 순간’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직 주류 문화는 아니지만 세련되고 역동적인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도 받는다고 한다.

그 질문은 “한국은 아시아 문화를 주도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해 보이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냐”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몇 가지 원인으로 규정하긴 어렵다. 그래도 한국 사회는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고 정부도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 최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느낌이다. 도리어 외신들이 한국 저출산에 관심을 갖는다.

CNN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은 2000억달러(약 260조원)를 투입했지만, 아이를 갖게 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선 한국의 지난 3분기 합계출산율 0.79명을 거론하며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갱신했다”며 “이는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 더 낮고 역시 출산율이 떨어진 미국(1.6명), 일본(1.3명)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합계출산율이 가장 적었던 일본을 넘어 세계 최저를 기록한 한국의 문제는 일반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 교육비 및 더 큰 경제적 불안 같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경제적 요인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입해도 역대 정부가 해결할 능력을 넘어서는 것으로 판정됐다”고 저출산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처럼 한국이 세계 최악의 저출산으로 한 세대도 안 되는 20여년 안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에 추월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골드만삭스가 이달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020년대 2%에서 2040년대 0.8%로 하락하고, 2060년대에는 –0.1%, 2070년대에는 –0.2%로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에선 2075년 세계 1~5위를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순으로 예측했다. 올해 GDP 규모에서 12위는 한국이 차지했지만 2050년엔 이집트, 2075년엔 일본에게 자리를 내준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도 어김없이 저출산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윤 정부는 지난달 25일 2027년까지 5년간 적용할 영유아 보육 정책 추진 전략과 중점과제를 담은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만 0세 자녀 부모의 경우 올해 월 30만원(가정양육 한정)을 받는다. 내년엔 가정양육 여부와 상관없이 월 70만원 2024년부터는 월 100만원을 지급된다. 경제력 문제로 출산을 고민하는 부부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영유아 시기 양질의 돌봄은 전인적 발달과 생애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생애 초기의 공격적 지원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세계 최악의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효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양육비와 교육비 등을 감안하면 부모급여 정로로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여기에 출산 후에도 육아휴직를 망설이게 하는 기업문화, 치솟는 집값 등을 생각하면 아이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서 국가의 재정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인 인식과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만약 2050년~2070년대에도 월드컵이 존재한다면 그곳엔 대한민국이 참가하지 못할 수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 경제와 문화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나라지만 이젠 심각하게 저출산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다. 정부는 일차원적 지원이 아니라 일관되고 입체적인 대책이 지속돼야한다. 국민들도 저출산에 대해 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바라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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