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경영철학 있는 기업은 자신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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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경영철학 있는 기업은 자신감 넘친다
  • 윤병섭 교수(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 승인 2022.12.13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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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섭 교수(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윤병섭 교수(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매일일보] 기업의 규모는 업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단기간에 성장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이 있는가 하면, 수백 년이 지나도 서너 명이 종사하는 가족 중심의 장수기업이 있다. 공통점은 존립하는 기업의 바탕에 경영철학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경영철학은 구성원들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기준이 되는 가치관이다. 핵심 가치가 담긴 가훈, 경영이념, 신조, 신념, 비전 등은 구성원의 사고를 지배한다. 뼈대 있는 기업, 철학 있는 기업이 장수하는 이유다.

경영철학은 기업이 역사를 지니면서 구체화 된다. 초기에 뚜렷한 경영철학이 없더라도 신념이나 이념을 굳건하게 지녀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며, 실천할 강령을 준수해 자기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경영하면 경영철학을 차근차근 정립하게 되고 핵심 가치를 지향하는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이유는 돈 버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는 데서 비롯한다. 미래의 경영환경 변화를 분석해 조직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도 잘 판단해야 하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우물을 파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을 조사해 보니 타고난 재능도 중요했지만, 정작 더 큰 역할을 한 것은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기회와 이 기회를 통해 꾸준히 재능을 발전시키는 노력의 시간, 즉 1만 시간 정도 꾸준하게 추진한다는 점이다. 하루 8시간씩 1250일, 어림잡아 3년 반을 몰입하면 재능을 발전시키는 기회를 발견해 능수능란하게 잘한다는 가정이다.

경영철학 있는 기업은 일관성이 있다. 사실 웬만한 기업은 비전이나 핵심 가치를 규정해 놓고 있지만, 구성원들이 일관성 없이 전혀 다른 가치와 기준에 의해 행동한다면 철학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핵심 가치를 지니고 일관되게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 때 실천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핵심 가치를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실천하는 기업이 경영철학 있는 기업이다. 조기에 업적을 드러내는 과시보다 축적의 과정을 거쳐 훌륭한 결과를 얻는 것이 초지일관 정신이다.

경영철학 없는 기업은 일관성이 없다. 컨설팅하는 기관에서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흔들면 동쪽으로 가다가 서쪽으로 간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모두 바뀐다. 후계자로 육성되었던 사람들조차 CEO가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된다. 전임 CEO가 강력히 추진하던 혁신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다반사다. 이렇게 되면 축적이 안 된다.

외부 출신 경영자들은 위기 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과거의 경영을 부정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회사를 꾸며가길 원한다. 이 과정에서 신구 갈등이 일어나고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기준이 되는 가치관이 소멸하며, 과거 좋은 문화나 가치가 버려지게 된다.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장기적으로 조직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실제 실패 원인을 제공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구성원들은 고착된 지식으로 조직을 이끌기 원하고 이에 안주하므로 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전환을 회피하고 방해한다. 혁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

경영철학 있는 기업이 내부 출신 경영자로 최고경영진을 구성하는 것은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내부 출신 경영자를 추슬러 일하게 하는 힘을 외부 경영자가 할 수 있다. 외부 경영자가 안이한 내부 구성원을 각성시킨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세계 컴퓨터 시장을 지배하던,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 IBM이었다. 90년대 들어서자 3년간 160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부실기업이 됐고 1993년, 큰 덩치를 이기지 못하고 빈사직전의 코끼리처럼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컴퓨터 업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거스너(Louis V. Gerstner)가 IBM의 CEO로 취임했다.

거스너는 IBM이 훌륭한 비전과 체제를 지닌 기업으로 평가했다. IBM의 문제는 기술력도 자금력도 아닌 자만과 나태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운영의 문제를 해결했다. 종신고용제를 철폐하면서 임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하고, 생산설비의 40%를 축소시켰다.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거스너가 취임한 10년 후 IBM은 부활에 성공했다. 거스너가 IBM에 와서 전략과 조직을 재정비하고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거의 10년이 걸렸다.

경영철학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철학을 갖느냐가 아니라 시간이다. 그 사이 전자산업 IBM 이미지를 만들고 인터넷에서 파생된 가치를 개인과 산업, 제도적으로 이끌었다. 거스너는 최고 재능 보유자들을 한데 모아 융합시킴으로써 코끼리를 춤추게 했다. 경영철학 있는 기업은 자신감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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