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약사 개발 의욕 꺾는 언론의 ‘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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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약사 개발 의욕 꺾는 언론의 ‘돈’ 이야기
  • 이용 기자
  • 승인 2022.12.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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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용 기자] 한 신규 벤처 바이오 회사의 새 제품 발표회에 갔을 때 일이다. 이 회사는 ‘의사 과학자’들이 세운 기업으로, 환자의 증상을 빨리 판단하는데 유용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었다. 만약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과 의료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정작 기자 질의응답 시간에 제품의 쓰임새와 관련된 문의는 거의 없었다. 한 기자에게서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나왔고, 회사 관계자는 “아직 파악 중이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른 기자들도 수익 구조 및 자금 조달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얼마전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도 '돈' 문제로 곤욕을 치뤘다. 한 언론사가 스카이코비원의 생산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는데, 이에 언론들이 마치 해당 백신의 사업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잇따라 기사를 써냈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6월 스카이코비원이 처음 개발됐을 당시 국내 ‘백신 주권’이 확립됐다던 언론들이 태도를 바꿔 제품의 위기를 부각시킨 것이다.

사실 현장에서 ‘돈’ 이야기에만 치중하는 언론의 모습이 아쉬웠다. 물론 기업의 목적은 수익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회사에 투자를 하려면 수익 모델이 분명해야 한다. 국민들도 ‘알 권리’를 충족해야 그 회사에 투자를 할 수 있다.

다만 이제까지 외세 의존적이었던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혁신 제품이 나오는 것은 ‘국내 의료 주권 확립’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당분간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의료 주권 확립은 꼭 필요한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백신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했던 우리나라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앞서 말했던 벤처 바이오 회사는 ‘어떻게 하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라는 목적 하에 의사 과학자들이 설립한 회사다. 학자들의 연구가 대부분 그렇듯,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모더나다. 모더나는 데릭 로시 하버드 대학교 의대 교수의 연구를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한 벤처기업으로,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했다. 로시 교수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백신 사업의 대세가 된 ‘mRNA’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코로나19는 그 누구도 예상했던 사태가 아니었던 만큼, 모더나 역시 정확한 수익 모델을 바라보고 탄생한 기업이 아니다. 로시 교수의 연구는 꾸준한 후원 끝에 뒤늦게 빛을 봤고, 모더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편, 국내 언론들은 코로나19 초기 해외사에 비해 뒤떨어진 제약사들의 백신 치료제 연구개발 역량에 비난을 쏟아냈다. 그런데 기업에게 ‘의료 주권 책임’을 강조할 땐 언제고, 정작 백신을 생산해 낸 기업에게는 판매할 곳이 없다며 미래가 불안정하다고 하다고 보도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것도 아니고, 정부 지원금을 받고 개발을 포기한 것도 아닌, 단순히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다.

의료 주권 확립은 정부와 기업의 일만이 아니다. 언론도 비난에 앞서 의료 주권을 지키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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