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1천억원·철강 8천억원 가량 피해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차에 접어들면서 산업 및 건설분야 곳곳에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경제 동맥인 물류가 막히면서 주유소에는 기름이 동나고 건설 현장은 시멘트 등 원자재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1일 서울시 곳곳에서는 휘발유 재고가 떨어진 주유소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수도권에서 휘발유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주유소가 34곳으로 집계됐다. 주유소들은 판매 가능한 휘발유가 없을 경우 가격을 0원으로 표시한다.
특히 경기·인천보다 서울에서 휘발유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같은 시간 기준 서울 내 재고 소진 주유소는 전날 11곳에서 이날 19곳으로 늘었다.
주유소들은 총파업 예고에 맞춰 저장고를 미리 채워놓는 등 대비를 했으나 저장탱크가 지방에 비해 비교적 작고 회전율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 주유소들이 벌써부터 휘발유 대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전국 주유소 재고는 휘발유 8일분, 경유 10일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해 불과 2~3일 분이 남은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주유업계는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기름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하루 평균 피해액을 6월 파업 때보다 많은 68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가 상승 등으로 피해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달 29일 사상 첫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운송개시명령) 이후 명령 발동 전보다는 다소 숨통이 트였으나 피해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다.
이날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전체 시멘트 출하량은 4만5500t이었다. 이는 평시 18만t의 25.3% 수준이지만 그 전날의 출하량(2만1000t)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출하량은 파업 첫날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최저 1만t에서 최고 2만2000t에 머물러왔다.
협회는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대부분 복귀하지 않았으나, 파업에 동참한 비노조원들이 일부 운송을 재개하며 출하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피해규모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날 기준 출하 차질 피해액은 135억원으로 집계됐다. 파업 첫째 날인 지난달 24일부터 7일째인 30일까지 누적 피해액은 956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8일간 계속된 파업으로 시멘트업계는 총 1060억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이날 당시 피해 규모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현장도 피해가 심각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 뒤 46개 건설사, 전국 985개 현장 중 577개(59%)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한국주택협회 조사에 따르면 주택건설현장의 경우 전국적으로 200개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됐고, 이번 주 중 128개 현장의 추가적인 공사 중단이 예상된다.
철강업계도 파업 여파로 8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3사에서 하루 9만7000t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면서 하루 10만t 가량의 철강재가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을 겪은 후 이번 파업에서 운송원이 차량을 직접 운전해 운반하는 ‘로드 탁송’에 따른 인건비 및 운영비로 하루 5억원이 넘는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이 8일차에 접어들면서 이미 1조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6월 파업에서는 산업계 전반에 1조6000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