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車담] 현대차 新舊 디자이너들의 수다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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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車담] 현대차 新舊 디자이너들의 수다 엿보기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2.11.25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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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현대차·주지아로 디자인 토크쇼
디자인 토크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왼쪽부터)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 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사진=현대차 제공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해석은 자유롭지만, 기준이 되는 유산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훌륭한 디자인은 과거로 돌아감과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자동차 디자인은 단순함과 균형, 신비로움이 있어야 한다."(조르제토 주지아로)

현대차 디자인의 역사인 신구(新舊) 디자이너들이 지난 24일 '디자인 토크쇼'라는 이름 아래 한 공간에 모였다. 이상엽 부사장,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첫 디자이너이자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환담은 그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일이다.

두 부사장은 토크쇼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신차 발표회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토크쇼가 캐주얼하고 편안한 자리가 되길 바랐다고 했다.

실로 디자이너들의 수다는 화기애애했다. 특히 "아이오닉 5의 단순한 형태에 굉장히 놀랐다. 훌륭한 작업을 해냈다. 여러분들의 미래는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라는 거장의 칭찬에 두 부사장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지아로는 1974년 첫 한국산 자동차 '포니'를 디자인한 자동차디자이너들의 대부격이다. 이상엽 부사장은 "선생님과의 대화는 디자이너로서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거장과 포옹하는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사진=김명현 기자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현장에서 포니의 스포츠카 모델인 '포니 쿠페'를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포니 쿠페 역시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모델이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 금형까지 다 만들었지만 당시 여의치 않았던 상황으로 양산 프로젝트를 접어야 했던 비운의 모델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두 부사장은 포니 쿠페 복원 작업에 착수한 이유가 향후 50년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50년 전 출발이 포니였다면, 새로운 50년의 시작은 '아이오닉 5'다"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5는 포니의 유산을 담은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는 물론 7세대 신형 그랜저, N비전74 등에 헤리티지를 녹여냈다.

1974 포니 쿠페 콘셉트 모델. 사진=현대차 제공
1974 포니 쿠페 콘셉트 모델. 사진=현대차 제공

실제 이날 토크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성이 '핫한' 주제였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상엽 부사장은 "포니 쿠페는 한국 자동차 역사의 숨겨진 영웅"이라며 "과거가 있기 때문에 저희가 있고 또 저희가 있으니까 미래가 있다. 소중한 유산을 고객들과 소통하며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특히 차 디자인에 대한 고객 반응과 해석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기준' 삼을 수 있는 유산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이날 토크쇼에 오기 전에도 현대차가 근래 들어 '전통'을 강조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현대차그룹이 이젠 전통을 이야기할 정도로 '잘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려면 현재 상황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첫 '톱3' 완성차에 진입했다.

세계적 명품(名品)이 브랜드 역사를 고이 간직하듯 도로 위 작품인 완성차 역시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이 중요할 터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시장에 첫발을 뗐을 당시 일각에선 짧은 역사가 단점이란 얘기도 나왔다. 세계 유수의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의선 회장의 걸작으로 꼽히는 제네시스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며 '효자'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이날 두 부사장은 제네시스의 모태로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스텔라'를 지목했다. 스텔라가 국산 프리미엄 차의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스텔라는 현대차가 1980~90년대에 생산한 세단이다.

끝으로 두 부사장은 매우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이는 향후 현대차 디자인에 대한 힌트다. "계승하는 디자인의 정점은 아이오닉 5다. 아이오닉 5 다음에도 계승하는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약속한다."(이상엽 부사장), "현대차는 높은 감성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의 미래는 감성적일 것이다."(동커볼케 부사장)

내년 봄에 최초 공개 예정인 포니 쿠페 복원 결과물과 더불어 향후 현대차의 DNA가 어떻게, 얼마나 높은 감성으로 계승될지 기대가 된다.

현대차 포니. 포니는 국산 첫 독자생산 자동차로 유명하다. 사진=김명현 기자


좌우명 :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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