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로 다가온 부동산 경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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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실로 다가온 부동산 경착륙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2.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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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인상과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공식 부동산 통계를 담당하는 한국부동산원과 국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와 집값하락 우려가 계속되며 부동산 시장에 경착륙 경고음이 커지는 분위기다. 내년엔 지금의 상황에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량(누계)은 41만77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1∼9월 누적 거래량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6만705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2% 감소했고 지방은 25만737건으로 40.2% 줄어 수도권의 감소 폭이 더 컸다. 9월 한 달간 주택 거래량은 3만2403건으로 1년 전보다 60.3% 줄었다. 서울의 경우 9월 아파트 매매량이 856건으로 1년새 77.9%나 줄었다.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집값도 역대 최대 하락폭을 갱신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결과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대비 0.46% 하락했다. 25주 연속 하락이면서 2012년 5월 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2주 연속으로 최대 하락 기록을 깬 것이다. 전국, 수도권 아파트값도 0.47%, 0.57% 떨어져 지난주(-0.39%, -0.47%)의 역대 최대 하락폭을 경신했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단지들도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은 지난 8일 1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가 19억9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2억2000만원 떨어진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도 지난달 19억850만원에 매매됐다. 최고가(28억7000만원)보다 9억6000만원 넘게 빠졌다.

아울러 미분양 물량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4만1604가구로 전월보다 27.1%(8882가구) 증가했다. 미분양이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2015년 11월(전월 대비 54.3% 증가) 이후 6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9월 전국 미분양은 1년 전(1만3842가구)과 비교하면 3배 늘었고, 올해 초보다는 2배 가까이 많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은 7813가구로 한 달 사이에 55.9%(2801가구) 늘었고, 지방 미분양의 경우 21.9%(6081가구) 증가했다.

여기에 선행 지표인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6일 집계한 전국 기준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3.5를 기록해 2011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수도권은 각각 83.3, 82.5로 전월 대비 7.8p, 6.5[ 줄었다. 소비심리지수는 0~200 사이의 점수로 95 미만부터 부동산시장을 하강 국면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수요도 공급도 모두 막히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자 그간 규제완화에 속도 조절을 보였던 정부도 본격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동산 규제 정상화와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거래 수요가 제한될 수 있는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하고 주택구입 시 걸림돌로 작용한 실수요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확대와 일시적 2주택자의 거래제약을 완화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좀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정부는 규제지역을 해제하면서 서울은 제외시켰다. 물론 규제지역이 풀린 효과는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봐야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착륙을 막기 위해선 수도권 일대의 폭넓은 규제지역 해제와 취득 및 양도단계의 세금 중과를 정상화하는 등의 빠른 정책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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