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 선물 푼 빈살만 만난 총수들, 제2중동붐 기틀 마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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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원’ 선물 푼 빈살만 만난 총수들, 제2중동붐 기틀 마련하나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2.11.1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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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방한 맞아 사우디, 韓기업과 수십조원 26개 MOU 맺어
이재용·최태원·정의선·김동관 등 8人 총수 빈 살만과 차담회 가져
빈 살만 “에너지·방산·인프라 협력 희망”… 경제협력 분야 확대될 듯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떠나기 전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떠나기 전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이 만나 제2의 '중동붐'을 만드는 새로운 동력이 될지 관심이 쏠렸다.

17일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기업 총수 8인과 빈 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에 주목했다.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빈 살만 왕세자와 이날 오후 차담회를 가졌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큰 틀에서 우리나라와 사우디의 에너지·방산 분야 등을 비롯해 새로운 경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방산·인프라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기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우리나라와 사우디가 체결한 대규모 협력 외에도 향후 에너지·방산·인프라 분야에서의 추가적인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 기업들과 사우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가 체결했다. 각 협약의 예정된 사업비만 조 단위에 달하는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은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의 대주주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다. 에쓰오일은 70억 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이르는 샤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울산에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생산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우디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들과 대거 협력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다. 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640조원)에 이른다.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가 65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이와는 별도로 삼성물산은 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를, 한전은 사우디 민간발전업체 ACWA파워와 그린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력 약정을 각각 맺었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네옴 철도 협력에 나선다.

롯데정밀화학은 사우디 현지에 정밀화학 생산 거점 구축에 나선다. DL케미칼도 사우디와 업무협약을 맺어 현지 폴리부텐(PB) 공장 설립 사업성 등을 평가한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양국의 경제협력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그럴 경우 1970년대 건설업 주도로 일으킨 중동 특수에 필적하는 ‘제2의 중동붐’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빈 살만 왕세자와 기업 총수 차담회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날 초청된 기업들은 네옴시티 건설을 위한 인프라 구축 분야와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차세대 통신기술 분야에서 6G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아래 전기차, 수소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 힘을 쏟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언급한 방산 협력 가능성도 열린 상태다. 실제 이번 차담회에 참석한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종합방산기업 톱3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언급한 에너지 분야에서는 원전도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 주제를 두고 “사우디의 네옴시티, 소위 도시개발, 인프라, 이런 것부터 시작해 원전, 방산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격의없이 얘기하는 형식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SK그룹은 미국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에 투자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원전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 왕세자와 총수의 만남에서 구체적인 협의보다는 큰 그림에서 여러 협력 분야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이라며 “한국과 사우디와의 향후 넓은 경제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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