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엔데믹 시대, 다른 질병에도 관심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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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엔데믹 시대, 다른 질병에도 관심 기울여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2.11.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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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용 기자] 최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내 제약사들의 역량이 코로나19에 집중된 이유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또 한번 앞둔 현재, 백신과 치료제 주권 확보와 감기약 공급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다만 대체제가 없는 의약품 확보도 시급한 형편이다.

당뇨병 환자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인슐린은 지난 7월부터 강화된 생물학적제제 콜드체인 규정으로 공급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새 규정은 생물학적 제제, 냉장·냉동의약품은 자동온도기록장치 또는 일반 온도계를 선택해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 유통사에 자동온도기록장치 교체에 비용 부담이 발생하면서, 인슐린 배송 횟수를 줄이거나 유통을 포기하게 됐다.

환자들은 인슐린을 구하기 위해 아직도 약국에 발품을 팔고 있다. 급기야 환우회 중심으로 인슐린 취급 약국을 안내해주는 스마트폰 어플까지 나온 실정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만든 국내 유일 급성 뇌졸중 치료제의 공급 또한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국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관련 치료제 ‘엑티라제’의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회사 측은 국내에는 공급 부족 현상은 없을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공급 부족 원인은 전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인만큼, 국내도 안전 범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식약처도 아직까지 국내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한 불안은 환자 및 가족들의 몫이 됐다. 뇌졸중 환자를 간병 중인 경기 안성의 주부는 “약품 부족 현상에 직면하면 그제야 해결책을 제시할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정부는 지방에서는 남아도는 감기약 공급에만 신경쓰고 있다. 대체제가 없는 뇌줄중 치료제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전세계적으로 희귀 부정맥 환자 치료제 생산이 중단되며 관련약값이 75배 올라 환자의 부담이 커졌는데도 국내 제약사들이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질병 치료제인 ‘퀴니딘 황산염’은 대체 불가능한 약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생산을 중단했다. 대한부정맥학회는 기존 100정에 5만원 정도였던 약값이 30정에 115만원으로 증가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정부는 국내 제약사를 위탁제조소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는 단순히 정부 정책 뿐 아니라 제약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나 학회는 "희귀필수의약품센터도 외부 학회, 제조사에 알아보고 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와 제약업계의 관심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감기약 등에 집중돼 있었다. 그동안 보건, 방역을 위해 관련 약품의 공급을 원활하게 만든 정부와 제약사들의 노고는 칭찬할 만하다. 다만 이제 엔데믹이 다가온 만큼, 코로나19로 축적했던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치명적인 질병의 의약품 공급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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