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팽창, ‘질적 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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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기차 팽창, ‘질적 관리’가 중요하다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2.11.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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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바야흐로 전기차 30만대 시대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35만대에 육박했다. 6년 전 약 1만대 규모에서 30배가량 급증했다.

전기차 급증에 따라 충전 인프라 구축도 빠르게 진행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전국의 전기 충전기는 17만여개다. 4년 전 약 3만개에서 6배가량 증가했다. 산술적으로 충전기 하나를 전기차 두 대가 나눠 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치상으론 우리나라가 충전 인프라 구축 1등이다. 세계 평균은 충전기 1대당 전기차 9.5대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기차 차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전기차 인프라 1등국과는 거리감이 있다. 대표적으로 앱을 이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가면 충전기가 고장난 경우가 허다하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꽤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는 관련 전문가가 충전기 관리를 위해 중앙 정부에서 예비비를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고장난 충전기가 있으면 민관 구분없이 고치고 정부가 지원해주는 건 일본이 굉장히 잘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전국적으로 충전기 고장 빈도가 잦다는 얘기가 많다. 설치도 중요하지만 관리 역시 중요하다”라며 “충전기 고장에 따른 소비자 불편이 없게끔 충전소 관리 관련 예비비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충전 시 안전과 직결된 부분도 손질이 필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의 90% 이상은 ‘충분히 넓은’ 지붕이 없다. 설사 있어도 길이가 짧아서 충전하는 동안 비를 피할 공간이 매우 적다. 운전자가 젖은 손으로 충전기 코드를 잡고 충전하는 건 매우 위험한데도 말이다. 가뜩이나 고장난 충전기가 많은데, 비가 많이 오면 가급적 실내 충전기를 이용하라는 그의 권고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전기차 브랜드를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전기차 양적 팽창이 무섭게 이뤄지고 있는 지금, 정부는 실질적인 소비자 편의와 안전성 제고 등 질적 관리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충전기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는 숫자놀음은 전기차 선도국이란 위상에 먹칠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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