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실질 구매력 저하도 악재
[매일일보 신대성 기자] 내년 한국 경제가 1.8%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 되고, 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KDI가 10일 발표한 '2022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우리 경제는 1.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전망(2.3%)보다 0.5% 낮아진 수치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 아시아개발은행(ADB) 2.3%, 한국은행(2.1%),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1.9%) 등의 전망치보다 암울한 수준이다.
KDI에 따르면 내년 민간 소비 증가율은 코로나19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며 서비스 소비가 회복되겠지만, 고물가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재화 소비가 둔화 되면서 올해보다 낮은 3.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낮은 증가율에 머무를 것으로 봤고, 건설 투자도 주택시장 부진과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국가 간 인적 이동이 확대되며 서비스 수출이 회복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상품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내년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확대돼 올해 230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축소된 1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미국의 달러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우리 수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 경기가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급락하면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하방 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율은 내년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상승 폭은 축소되겠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웃도는 3.2%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취업자 수는 내년에도 양호한 고용 여건이 유지될 것으로 봤지만, 기저 효과와 고령화로 인해 올해 79만 명보다 크게 축소된 8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가 지속되거나 글로벌 경기가 위축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거나 금융 시장에 신용 경색이 발생할 경우,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KDI는 단기적으로는 높은 물가 상승세를 감안해 거시 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하면서 금융 건전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통화정책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둔화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성장세가 약화 되고 있는 만큼 경제 활동 참가가 저조한 여성과 급증하고 있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내년 성장률은 대외여건 악화, 투자와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 금리 인상을 반영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가장 많이 둔화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서서히 회복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잠재성장률 2%를 큰 폭으로 하회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경기침체로까지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날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8%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는 직전 4.2%에서 5.1%로 0.9% 상향했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4.7%로 상반기 경제전망 당시(3.7%) 대비 1.0% 올려잡았다.
총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직전 5.1%에서 4.3%로 0.8% 낮췄고, 같은 기간 총수입 증가율 전망치도 4.9%에서 4.3%로 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