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한항공,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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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한항공,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2.10.25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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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아라 기자.
산업부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최근 대한항공 상황에 부합한 말 같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성공시켜야 할 뿐 아니라 잇딴 여객기 사고 발생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져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대한항공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지분 인수에 투입하기로 한 금액 이상의 추가 지원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돼서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6554.6%다. 지난해 말(2410%)보다 4144.6%p 급등했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완전자본잠식에 들어설 수도 있다. 이미 45%의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산업은행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놓고 “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하게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현재 플랜B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머리 아플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이 결정된 지 벌써 2년이 됐지만 아직도 네 군데나 넘는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남아 있다. 기업결합심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만큼 대한항공의 추가 지원부담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하루 빨리 마무리하기 위해 경쟁 당국의 요청을 최대한 반영하는 등 분주하기만 한데, 여객기 사고가 속을 더 태우고 있다.

대한항공 A330-300 여객기(KE631)가 필리핀 막탄세부공항에서 23일(현지시각) 오후 11시 7분쯤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났다. 이 여객기는 악천후 속에서 3번째 시도 만에 착륙했으나, 활주로 끝단보다 250m가량 더 지나 멈췄다. 사고로 여객기 앞부분 바퀴와 동체가 파손됐다. 여객기에서 승객들은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했다. 탑승자(승객 162명·승무원 11명)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발생 즉시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여객기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올해 하반기에만 3번째다. 지난 7월 대한항공 여객기(KE9956)가 터키 이스탄불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던 중 2번 엔진에 이상이 생겨 아제르바이잔 바쿠공항에 긴급 착륙했다. 지난달에는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대한항공 여객기(KE908) 왼쪽 날개와 아이슬란드에어 여객기 꼬리 날개가 부딪치는 사고가 났다.

대한항공의 어깨가 무거울 수 있지만 어쩌면 이는 당연하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계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수송 점유율은 40% 이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다면 70%를 넘는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반드시 그 위치와 권한에 걸맞은 자격을 지녀야 한다. 특히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항공기 사고는 책임이 크다. 가뜩이나 방역조치 완화와 함께 국제선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안전에도 만전을 기울여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항공사가 되길 바란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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