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양극화·공백에 韓기업 한숨 커진다
상태바
일자리 양극화·공백에 韓기업 한숨 커진다
  • 이용 기자
  • 승인 2022.10.24 13: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기업계 "일 할 사람 부족"…정부 지원 축소
요식업계 "급여 많아도 근무자 모집 어려워"
산업계, 핵심 인재 이직으로 기술 유출 몸살
 '2022 리스타트 잡페어'를 찾은 구직자가 일자리 채용 정보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용 기자] 국내 산업계가 고금리‧고환율‧고물가(3고)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인력난 문제까지 겹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대기업과의 채용 시장 경쟁에 밀려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노동법 관련 이슈로 인력 운용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업계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고환율 기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늘어난 부채에 지속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청년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향하면서 중소기업에서 일할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정부가 중소기업 관련 지원을 축소해 중기의 고통에 부채질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8개 부처 중 중기부 내년도 예산안이 가장 많이 삭감됐다.

그중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 예산이 올해 2749억원에서 내년 164억원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중소·중견기업에 6개월 이상 근무하는 만 34세 이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5년간 720만원을 적립하면 회사가 1200만원, 정부가 1080만원을 추가해 3000만원을 마련할 수 있다.

중기업계는 이 공제가 중기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지속해 주길 기대했지만 내년 예산이 크게 삭감돼 중기 근로자 혜택이 줄어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숨통이 트인 외식업계도 일손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엔데믹으로 식당 등 가게를 찾는 고객은 늘었지만 정작 홀 서빙, 주방 일을 할 직원이 없어 매출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형편이다.

매출이 높은 단체손님 예약도 근무자 부족으로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업계 관게자에 따르면 근무자 부족의 대표적인 원인은 타 업종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고, 대개 시급제 형식으로 운영돼 젊은 층의 구직 요건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가 줄어든 것도 외식업계 구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 사이트인 알바천국과 알바몬 등에 따르면, 종로와 강남구 일대의 ‘잘 나가는’ 음식점 급여는 월 280만~300만원 정도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높은 급여 수준이며, 타 지역보다도 많지만 채용공고가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충무로의 돈까스 전문집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채용공고를 올렸는데, 직원이 하나 채용되면 또 다른 직원이 그만두기를 반복해 공고를 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요식업 아르바이트에 비해 동시간 대비 수익이 훨씬 높은 배달업종에 대한 구직 수요가 높은 것이 일자리 부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배달로 학비를 벌고 있는 26세 대학생은 “급여가 높은 식당일수록 업무강도도 높고, 시간 규정과 진상손님 대응도 까다로워 학업에 불리하다”며 “배달업은 손님과 마주치는 시간이 적고, 본인이 일하고 싶을 때 일하면 되니까 취준생과 대학생에겐 최고의 일거리”라고 말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산업계에서는 핵심 인재 이직으로 인한 기술 유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롯데는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면서, 삼성과 기술 유출로 인한 법정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태가 만성적인 연구 인재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재 빼가기’보다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