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사고방지 위해 제도부터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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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사고방지 위해 제도부터 손질해야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10.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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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카카오톡 불통 사태, SPC 끼임사고, 푸르밀 사업종료 등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끼임사고의 경우 산업계가 반대해왔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산업계는 과도한 규제 부담을 호소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요구해왔지만 또다시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 동조를 얻기가 힘들어졌다.

주요 대기업이 국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대국민 호감도를 높였지만 한번의 중대사고에 물거품이 되기도 쉽다. 그래서 산업계는 사건,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한해 엄정한 규제를 적용하고 전체 산업에 대한 규제는 낮춰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 방식은 제도적으로 훨씬 많은 품이 들겠지만 벌점이 누적된 기업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를 가함으로써 사고 예방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의 규제 방식은 예방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음이 반복된 사고를 통해 나타난다. SPC가 사고 방지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결국 사고예방도 비용의 문제다. 소매가격 경쟁이 치열할수록 안전비용을 따로 할애하기가 기업 입장에선 어려울 수 있다. 경쟁에서 밀리면 도태되는 기업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기업이 얼마나 많은 안전비용을 쓰고 있는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어 선택권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거꾸로 기업이 안전비용을 크게 할당하기 꺼리는 이유가 된다.

강력한 처벌만 있고 메리트가 없으니 안전비용을 늘리도록 기업의 자발적 움직임을 유도하기가 힘들다. 소비자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기업은 솔선하기가 힘들다. 서로 눈치만보다 끝날 일이다. 그러다 사고 후에나 뒤늦게 대책에 나선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기업의 생리다. 그런 기업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제도가 필요하다. 앞서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선별적 규제 적용 방안을 대입하면 기업에 벌점을 부여하고 벌점이 많은 기업을 소비자가 알게 함으로써 선택권에도 연결시킬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이 선택권을 얻기 위해 안전비용을 할당하도록 자발적 움직임도 유도할 수 있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물적분할 규제 중 하나가 최근 시행됐다. 상장신청인이 상장법인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인 경우 주주 보호를 위한 노력을 상장 심사항목으로 추가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내용이다. 상장법인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가 분할 이후 5년 이내 상장예비심사 신청 시 모회사가 주주보호 노력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대상으로 정한다. 모회사 주주보호를 위한 노력 여부를 질적심사해 모회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그런데 예외조항이 붙었다.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가 변경되거나 상장신청인(자회사)의 주된 영업 부문이 변경된 경우 등은 적용제외 가능하도록 했다.

분할 후 재상장 이슈가 불거지기 전 물적분할은 주로 매각, 이전 용도로 많이 활용됐었다. 100% 자회사로 분할하면 외부주주의 간섭을 받지 않는 만큼 매각이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모회사 변경 예외조항이 얼마나 예외로서만 작용하게 될지 의문이다.

국회는 사고 기업 총수를 국감에 부르기로 했다. 그런 것이 제도 개선을 위한 동력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보여주기식이나 에너지 낭비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정밀한 제도를 완성하는 과정이 여론에 휘둘린다는 인식도 지우기 힘들다. 여론의 관심이 없더라도 제도 결함을 없애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 벌어진 사고들 역시 방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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