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법·보험업법 등 신탁 실무 충돌 지점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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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법·보험업법 등 신탁 실무 충돌 지점 논의해야”
  • 김경렬 기자
  • 승인 2022.10.2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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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얼마 전 야외로 캠핑을 나갔는데 폴대를 집에 두고 왔다. 텐트가 작았다면 근처 나무를 꺾어 지탱할 축을 만들었겠지만. 워낙 크다보니 손쓸 방도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 폴대를 챙겼다. 무게감 없던 폴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시간을 잃었지만, 텐트는 비와 바람을 막을 수 있게 탄탄히 섰다.

신탁시장의 폴대는 자본시장법, 신탁업법, 세법 등이다. 법률은 신탁 실무자들에게 ‘부표’와 같다. 일대일 계약 기반의 가업승계신탁이라면 기준점은 더욱 선명해야한다. 법률 중 하나를 빼거나, 서로 충돌한다면 폴대 잃은 텐트처럼 손쓸 수 없다. 당장 버티더라도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한방에 무너진다. 처음부터 잘못된 계약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격이다.

지난 13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신탁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막혔던 신탁업계의 숨통이 탁 트였다. 금융위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길을 터주고, 가업승계신탁에 대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을 약속했다. 이제 변할테니 잘됐다고 했다.

다만 남은 숙제는 풀리지 않을 것처럼 꼬였다는 말을 들었다. 핵심은 어딘가에 놓고 와 해법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을 여기저기서 내놨다. 시간을 들여도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탁 전문가 김상훈 트리니티 변호사는 “이번 혁신방안이 수정안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시법을 고치자는 내용에 그쳤을 뿐, 법이 만들어져서 통과되는 것도 아니다”며 “애초에 신탁은 1:1 계약으로 이뤄진다. 연금신탁이나 특금신탁은 펀드와 유사하지만 유언대용이라든지 민사신탁은 자본시장법을 적용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에서 신탁법을 맡고 있는 오영걸 교수는 “투자와 관련 없고 가족 내의 문제인 재산승계신탁의 경우 신탁회사의 자격을 금융기관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며 “로펌 등으로 수탁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시법 상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큰 논점은 ‘법률 충돌’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경우 보험업법 개정이 논의돼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 상 보험계약자가 수익자를 동의 없이 임의로 바꿀 수 있다. 수익자가 계약자 마음대로 바꾸는 상황에서 신탁 계약은 의미 없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잘못 계약해 소송이라도 진행되면 한방에 무너질 수 있어서다.

가업승계신탁 의결권 제한, 피상속인의 지분 이전 시점 등도 마찬가지다. 신관식 우리은행 차장(세무사)은 “신탁업자가 의결권을 15%만 행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할지 논의되지 않았다”며 “논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비율보다 비우호지분이 많다면 경영권을 잃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신 차장은 “가업승계신탁은 세금공제를 받기 위한 게 핵심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공제한도 500억원)를 받기 위해선 피상속인이 지분 50%(상장법인 3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해야한다”며 “피상속인이 살아있을 때, 신탁사가 주식을 보유한 기간이나 지분율이 법령 조건에 포함되는지 세무당국의 해석이 명확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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