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인난’과 ‘구직난’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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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인난’과 ‘구직난’의 공존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9.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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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최근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홍보대행사 팀장 A씨는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토로했다. 젊은 감각과 열정을 갖춘 신입을 채용하고 싶지만, 공고를 낸지 2개월이 지나도록 지원자는 20명을 넘기지 못했다.

겨우 뽑은 신입 사원들은 길면 반년, 짧으면 1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사직서를 들이민다. 학업, 집안사정, 건강 등을 구실로 한 변명도 늘어놓지 않는다. 이들은 “막상 다녀보니 업무 강도에 비해 연봉이 적다고 느껴져서”, “더 나은 일자리가 생겨서”, “복지가 맘에 들지 않아서” 등 퇴사 및 이직의 사유를 임원 앞에서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곧 서른을 앞둔 지인 B군의 고민은 취업이다. 이번 주에 쓴 자기소개서만 해도 20장이 넘는다. 하루에 두 군데 이상 면접을 보는 날도 적지 않다. B군은 하루 빨리 취직해 길고 긴 취준생 신분을 벗어나는 것이 당장의 최대 목표다. 

A와 B는 모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한 쪽에선 일할 사람이 없다고, 다른 한 쪽에선 일자리가 없다고 호소한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고 있는 기형적인 사회현상은 비단 A씨와 B군 만의 일화는 아니다.

일자리 양극화 및 공백 현상은 코로나 이전부터 사회 문제로 꼽혀왔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됐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자리 미스매치의 근본적 원인은 고착화된 기형적인 기업 및 채용 문화에 있단 해석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이슈리포트 ‘청년일자리 3불(불균형, 불합리, 불만족)’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청년이 채용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인력수급의 불균형, 채용과정의 불합리, 채용결과의 불만족 등 크게 세 가지다.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회사는 젊은 인재를 원한다. 그 청년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방법과 현재 채용 및 근무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요즘 젊은층은 대기업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조직’을 찾는다.

근무 강도에 적합한 연봉, 기업의 평판, 직원 복지 등 모두 자신의 업무 성과를 표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들이다. 이를 실현시킬 자본과 인력을 갖춘 곳이 대부분 대기업이긴 하지만, 성과보장제‧자율근무제‧수평적 조직 문화 등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는 제도다.

MZ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대기업 입사가 아닌, 자신을 인정해 주는 조직에 포함되는 것이 요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일자리 관련 기현상은 구인‧구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MZ세대를 필두로 기업 문화와 인식이 바뀌는 과도기 속,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개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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