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각보다 ‘잔잔했던’ 금융권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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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각보다 ‘잔잔했던’ 금융권 총파업
  • 김경렬 기자
  • 승인 2022.09.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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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집단에서 혼자만 불만을 갖고 있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때가 많다. 불만을 가진 사람이 여럿이라면 더 이상 불만사항을 간과할 수 없다. 사람이 모여 목소리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노동법에서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회사에 불만을 표출하고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 놨다.

이러한 권리의 행사 방법은 과거보다 순화됐다. 2010년대 정규직 전환을 주장한 현대차 노동조합의 고공농성은 쭉 뜨거웠다. 생계를 건 처절한 외침이라 더욱 조명 받았다. 극단적으로 197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도 있다.

지난 15일 금융산업노조의 총파업은 비교적 잔잔했다. 1차 파업에서 인원은 주최 측이 밝힌 3만명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로 추산된다. 17개 은행의 평균 참여율(9.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수은행 참여율이 일방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총파업이었던 만큼 노조의 요구조건은 한 곳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 성격이 강했다. 성과급 논란이 있었던 기업은행 이슈도 일단락된 상황이다. 노조는 임금삭감 중단, 36시간 노동(4.5일제) 보장, 65세 정년연장, 부당해고 철회 등을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파업 당일 안심전환대출이 나오기도 했고 코로나19확산 등으로 참여율이 저조했다고 판단했다. 행원들이 자리를 비우면 금융 소비자가 엄청난 불편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적극적으로 파업에 나서기에는 이자장사 논란 등 사람들의 심리와 정면배치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여느때와 달랐다. 예를들어 신한은행은 다음주까지 본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추진한다. 시위는 아침과 점심시간 1시간씩 교대로 진행한다. 2006년 조흥은행과 합병 당시 구조조정 이슈가 있던 때의 총파업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총파업 전부터 본점의 부산이전을 막기위한 시위를 벌였다. 아침마다 벌인 농성에도 불구하고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업무가 시작되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던 탓이다. 새로 부임한 산은 회장 출근 저지도 무산됐다.

이대로면 방식을 바꿔야할 수도 있다. 직접적인 피켓시위보다 인스타와 유튜브를 통한 비난의 편리함이 익숙해진 모양새다. 최근에는 인천에서 10만원짜리 회를 팔다 박한 인심에 누리꾼들이 비난을 늘어놨다. 횟집 사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상황이 악화됐다. 횟집 사장은 아들을 통해 사과를 전했다. SNS는 소상공인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오는 30일 금융노조는 2차 총파업에 돌입한다. 1차 파업에서는 실질적인 참여보다는 비대면 응원이 많았다고 한다. 어떤 경험은 이후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학습효과를 만든다. 은행 대다수 직원들의 목소리가 사측에게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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