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골프 ‘너무 비싸요’ 떠나는 골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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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골프 ‘너무 비싸요’ 떠나는 골린이들
  • 한종훈 기자
  • 승인 2022.09.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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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골프 인구가 폭증했다. 야외에서 즐기는 종목 특성상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64만 1000명이다. 코로나19 발병 전인 2019년 470만 명보다 무려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일본의 골프 인구 520만 명을 추월했다.

2019년 이전 10년간 국내 골프 인구가 연간 평균 18만 명씩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2년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전년보다 2030 젊은 세대가 35% 늘었다. 13세 이상 인구 중 골프장의 이용자 비율도 10.2%로 일본의 5.3%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많았다.

골퍼 수 증가로 인해 골프 관련 산업도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으로 몰렸다. 원하는 티 타임 확보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원하는 티 타임을 확보하려면 ‘광클’까지 해야한다.

골프용품 구입도 쉽지 않다. 인기 골프 클럽의 경우 예약 후 길게는 두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수요가 몰리는 것도 이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대부분 골프용품 업체가 목표로 했던 연 매출을 초과했다. 이처럼 골프 인구 증가는 골프가 대중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반갑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골프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묶였던 해외 여행길이 점차 풀리면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해외여행 보복 소비가 가시화됐다. 해외여행을 다녀왔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나치게 비싼 이용료도 골프 대중화를 가로막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골프장 그린피는 두 배 이상 비싸졌다. 수도권의 경우 주말 그린피만 무려 30만 원을 받는 곳도 있다. 여기에 카트비와 캐디피 그리고 골프장 이동 경비와 식대 등을 더하면 라운드 1회당 최소 40만원 가까이 든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젊은 골퍼와 직장인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한 용품업체 관계자 역시 “지난해와 올해 시장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더 비싸진 골프 비용 때문인 것 같다. 테니스 등 다른 여가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 대중화가 이뤄지려면 골프를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골프장들은 지금 당장 눈앞의 폭리만 취하고 있다. 골프가 더 대중화가 된다면 관련 산업은 호황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이를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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