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족의 도도한 물줄기 '아리랑'
상태바
[칼럼] 민족의 도도한 물줄기 '아리랑'
  • 김광호 기자
  • 승인 2022.09.03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김광호 기자] 아리랑은 제2의 애국가이다. 민족의 혼이 서려 있으며 국민의 감정을 대변한다. 30년 일본통치, 나라를 빼앗기고 설움에 겨워 한을 품으며 마음을 달랬던 ‘아리랑’ 8·15해방기쁨에 불렀던 ‘아리랑’ 우리 민족의 애환사에는 항상 아리랑이 있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아무곳에서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다. 아리랑의 음률을 보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슬픈 것 같고 가만히 살펴보면 평안하게 느껴지고 진하게 생각할 때에는 승리, 행복, 용기, 희망이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는 진혼곡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단조로우면서도 부르기 쉬운 음률이다.

아리랑의 특성은 향토(鄕土)냄새가 배겨 있으며 토속의 특색의 가사나 가락에 실려 흥겹고 구성지게 불려지고 있다. 대중가요풍은 정겨우며 국악풍은 슬프고 한이 서려 있다. 반면 빠른 템포로 응원가식으로 부르면 힘차고 박력있는 힘이 나는 아리랑이 된다. 미국에 팝이 국민정서라면 남한과 북한을 묶는 한반도가 하나되는 것을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상주아리랑’ 등으로 대별되며 몇 개 지역의 아리랑도 있다. 탐 존스의 ‘Green Green Grass of home’이 고향의 푸른 잔디를 그렸다면 아리랑은 어릴 때 뛰놀던 뒷동산의 동심이다. 아리랑은 그리운 삼천리 조국을 떠나 외롭게 생활하는 동포들에게 슬픔과 절망을 달래주고 또 즐거울 때는 아리랑을 불러 행복감에 ᄈᆞ지게 하는 신앙과 같은 존재가 아리랑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 같다.

아리랑은 우 민족의 과거이며 또한 미래를 열어주는 강물이며 우리 겨레를 하나로 묶는 대동단결의 힘을 지녔고 넓은 바다와 같은 포용력을 안겨준다. 아리랑은 어머니 품이며 따뜻한 조국의 둥지다. 아리랑은 삼국시대를 거슬러 한반도의 대부, 단군이래의 우리 강토에서 생사고락을 한 조상님의 고향의 노래이며 내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이기도 하다.

세계 어디를 가나 아리랑을 부르는 사람은 우리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아리랑의 어원은 무엇일까, 아리랑은 ‘산고개’라고 많은 이들이 일컫는다. 아리랑은 고사(古史)에서 살펴보면 아리는 길다는 뜻이고 랑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산등성이의 고개를 가리키는 것이다. 역사에서 보면 고구려 제 19대 광개토대왕의 비문에서 아리수(阿利水)가 나온다. 바로 압록강을 의미한다. 요흥종 문헌에도 하천의 명칭을 아리라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아리라는 뜻은 강이나 하천을 의미하며 우물(井), 물(水)을 망라해서 아리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아리랑은 산줄기가 연결돼있는 능선의 고개일 수 있고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줄기일수도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리랑과 비슷한 ‘아리쇠’라는 어원도 있다. 말하자면 삼발이라는 뜻이다. 삼발이란 세갈래로 나눠졌다는 말인데 강물이 이리저리 갈라져 흐른다는 것이다.

또 아리새라는 말도 있다. 뜻은 할미새다. 할미는 경상도 말로 할머니로 세상풍랑을 다 경험하고 이치를 알고 있는 바다와 같은 마음, 어머니의 어머니를 말한다. 실개천의 물이 흘러 강물을 이루고 바다에 이르듯이 우리의 한반도의 역사도 이와 같다 하겠다. 물은 평야를 적셔 곡식을 자라나게 하듯이 우리 민족의 감정을 실어 울음을 품어낼 때 비로소 ‘아리랑’의 깊은 노래가 된다. 아리랑이 긴 물줄기를 가리킨 말이라면 그 물은 우리와 항상 가까이 있어 우리생활의 동거동락을 함께 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을 잘 다루고 그 물을 잘 이용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치산치수(治山治水) 산을 잘 관리하고 물길을 손질하여 홍수를 막고 농사도 잘 지어 ‘아리랑’의 콧노래가 저절로 나와야 하는데 소홀한 감이 많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가신 님이 발병 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붙잡으려는 ‘해학과 재치와 익살’이 보인다.

특히 정선 아리랑의 경우 수심(愁心), 산수(山水), 애정(愛情), 무상(無常) 등 자연과 인생의 가사 속에 우리맘을 적신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명사십리가 아니라면은 해당화는 왜 피며 막 춘삼월이 아니라면은 두건새는 왜 울어’

고려말 고려선비들이 이태조의 권력에 떠밀려 송도에 있다가 정선으로 은거하면서 두문불출, 마음의 화포를 달래며 부른 노래가 바로 이 가사다.

‘금전을 주어도 세월을 못 사나니, 알뜰한 세월을 허송치 맙시다. 먹고 살 재산 없다고 탄식말고 힘내서 일하며 오붓하게 삽시다’ 남의 집 머슴살이로 시작하여 자수성가한 애환을 그린 노래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외국에 나가 조국이 그리울 때 아리랑을 들으면 울컥한다. 미국의 팝은 하체를 움직이며 춤을 추는데 상대방을 유혹하는 듯하다. 그러나 아리랑은 어깨춤이다. 어깨에는 행복, 즐거움, 만족이 있는가 하면 울분, 설움, 고통, 어려움도 있다. 희노애락이 다 어깨에 있다. 아리랑은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의 노래이다. 독립정신이 있으며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강인한 정신도 깃들어 있다. 우리 모두 아리랑 정신으로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

아리랑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아리랑은 지금도 우리를 슬프고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