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인거래 꼭 한 곳의 은행에서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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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인거래 꼭 한 곳의 은행에서만 해야할까
  • 이채원 기자
  • 승인 2022.08.30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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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룰이 탄생할 때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50대 직장인 K씨는 최근 코인(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생겨 투자 방법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쓰고 있는 K씨에게 코인거래소와 계좌연동이 가능한 케이뱅크, 농협은행, 신한은행 계좌를 새로 발급받는 것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코인 투자를 즐기는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빗썸에서 업비트로 코인자금을 옮겼다. 하루 이체한도가 100만원인 농협의 한도계좌를 풀기 위해 은행에 방문해야하는 등의 절차가 복잡해서다. 

이처럼 ‘1거래소 1은행제’에 따라 코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특정 은행 계좌를 새로 만들어야한다. ‘1거래소 1은행제’는 당국과 거래소 간의 암묵적인 룰이다.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통해 기존 코인거래소가 시행에 오던 가상계좌 서비스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로 바꿨다. 

특정 은행에 본인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코인 입출금을 하게 되며 계좌가 없다면 출금은 가능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입금을 할 수 없게 됐다. 예를 들어 2018년 이전에는 업비트에서 다수의 은행계좌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실명제 도입 이후 케이뱅크를 통해서만 입출금이 가능해졌다. 

당국이 코인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거래 내역에 초점을 두고 관리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당 은행 한 곳만 확인해도 까다로운 절차였던 터라 두 곳 이상의 은행을 두는 것은 당국과 거래소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앞서 언급된 K씨 사례처럼 코인거래소 입장에서는 한 곳의 은행만 연동해 신규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거나 A씨처럼 기존 고객을 놓치게 되는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더해서 은행 점검시간이 되면 꼼짝없이 코인 입출금이 막혀 불편함을 토로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원화거래를 운영하는 5대 거래소는 정부에 1거래소 복수 은행 실명계정을 요구하는 중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은행의 고객 확보를 넘어 주요 수입원으로 역할하고 있다”며 “새 정부는 실명계좌 발급 은행 확대, 거래소의 복수 은행 제휴, 법인계좌 발급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1거래소 1은행제’는 코인 투자가 도박판으로 인식되던 때에 생겨났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만들어지는 등 가상자산의 제도화 움직임이 거세지는 지금은 가상자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룰이 탄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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