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태 수습 급급한 與, 나무 아닌 숲을 볼 때다
상태바
[기자수첩] 사태 수습 급급한 與, 나무 아닌 숲을 볼 때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2.08.29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와 함께 당헌·당규를 정비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의원총회를 열고 5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결과가 ‘새 비대위 구성’이라니 편법과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비상상황이 아닌데도 지도 체제 전환을 통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법원의 판단을 그 자체로 해석하지 않고 지적한 문제점만 당헌 개정을 통해 보완해 비상상황을 새로 규정해 새 비대위를 꾸리겠다는 것은 '내 맘대로 해석' 그 자체다. 

이에 야권은 물론 당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집안싸움 하는 꼴”(조경태), “비대위가 그대로 간다면 우리는 위헌정당이 될 것”(김웅), “우리가 법원과 싸울 것인가”(하태경) 등 비난 섞인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또 권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한 당내 논란이 분분함에도 불구, 사태 수습 키를 권성동 원내대표가 쥐고 있다고 보고 권 원내대표 직무대행 비대위를 시한부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올바른 여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당내 반발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은 이날 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체제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들은 “권 원내대표가 스스로 사퇴해서 당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며 “비대위 유지 입장을 철회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서 그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의 사태 수습에만 급급해 당내 룰인 당헌 개정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국민 민심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없는 법이다. 당초 법치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의 여당이 사법부의 결정 취지도 몰각시킨 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꼼수를 거듭하는 행보는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인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향후 당내 갈등 상황에서 필요할 때마다 당헌을 개정해 해결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꼼수라고 비판해왔던 만큼 국민 앞에 비판의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기 위해서는 당내 룰이 건재하다고, 당의 기조는 모순 되지 않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볼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