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지하 출신'이 바라본 반지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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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지하 출신'이 바라본 반지하 대책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2.08.2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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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건설사회부 기자.
최재원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최근 일어난 기록적 폭우는 큰 피해로 이어졌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몰린 반지하 주택에서 피해가 컸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반지하 대책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로 ‘반지하 퇴출’이 언급됐다. 아울러 반지하 주거민들을 지상 임대주택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반지하 대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임대주택이 반지하 주거민들을 다 수용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아울러 반지하를 대체할 만큼 값싼 주택을 마련하고 이 같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하면 적어도 반지하와 비슷한 가격수준의 대체 거주공간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지만 월세가 좋아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듯,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들이 ‘반지하만의 매력’이란 것을 선호해서 계속 거주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 수준에 맞는 대체 거주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간한 ‘지하주거 현황분석 및 주거지원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저층주거지 지하주거 임차가구의 평균소득은 182만원으로, 이는 아파트 임차가구 평균소득 351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저소득층,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74.7%, 52.9%에 이른다.

어린 시절 반지하에서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장마철이 되면 어린 시절을 기억하곤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살았으니 어른이 되기 전까지 내내 반지하에서 살았던 것이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반지하. 그 곳에서 어린 시절을 전부 보낸 것이다. 내 친구들 역시 반지하에서 사는 아이들이 많았다. 한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이젠 습기 가득 찬 방이 지겹다’는 마음으로 생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 아마 1998~1999년 7월 여름방학. TV에서는 매일 장마로 인한 수해 뉴스특보가 나오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집에도 물이 들어왔다. 비로 인해 물이 차오르며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고 그 상황에서 문을 여니 집은 얼마 안가 빗물로 가득 차올랐다. 우리 부모님이 누나를 위해 어렵게 구해왔던 피아노는 영 못쓰게 돼버렸다. 이후로도 장마철 비가 올 때면 물이 들어올까 노심초사해야 했고 이는 성장기 내내 반복됐다.

현재는 반지하 방을 나와 지상에서 살고 있다. 어머니는 “좋은 집주인을 만나 그래도 지상으로 올라와 산다”고 이야기하신다. 비가 올 때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수해 뉴스를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올라 남일 같지가 않다.

현재 보증금과 월세만을 가지고 주거 상향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반지하 대책이 현실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반지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왜 반지하를 선택하는지 등을 고려해서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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