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훈 당사자 목소리 듣겠다던 국가보훈처…제2연평해전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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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보훈 당사자 목소리 듣겠다던 국가보훈처…제2연평해전은 제외?
  • 여이레 기자
  • 승인 2022.08.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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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국가보훈처는 지난달 보훈정책 수혜 당사자인 국가유공자·유족 등이 포함된 ‘정책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올해로 20주기 승전의 역사를 쓴 제2연평해전 관련 인사들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선정 기준과 준비 과정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책자문위는 ‘보훈이 곧 국방’이란 윤석열 정부 기조 아래 앞으로 국가보훈이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보훈 정책을 직접 제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가유공자와 유족 등으로 구성된 위원으로는 김오복 광주 대성 여고 교장(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고 서정우 하사 모친),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전상군경, 예비역 대령), 하재헌 예비역 중사(전상군경, 목함 지뢰 폭발 사고, SH공사 장애인 조정팀 소속) 등이 위촉됐다. 하지만 제2연평해전 유족이나 국가유공자는 한 명도 위촉되지 않았다.

제2연평해전 유족에 따르면 보훈처는 애초부터 제2연평해전 유족과 전상군경은 위원으로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제2연평해전 유족회 서영석 회장(제2연평해전 고 서후원 중사 부친)은 위원회 발족에 관련된 연락을 사후나 사전에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책자문위 발족 소식도 당일 접했다.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발발한 제2연평해전은 북서쪽 방향 일대에서 북한 해군 서해함대 8전대 7편대 소속 경비정 등산곶 684호정의 85mm 전차포 선제 포격 도발로 일어난 해전이다.

제2연평해전은 올해 승전으로 격상됐다. 해군은 기존 기념식이라고만 부르던 행사를 올해부터 ‘승전 기념식’으로 바꾸고 전적비도 곧 전승비로 교체할 예정이다.

북한은 전사 13명, 부상 25명이라는 참패의 기록을 가지고 후퇴했으나 우리 해군도 전사자 6명과 18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게다가 2002년 6월 29일은 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이 있던 날이라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잊혀졌다.

서영석 회장이 보훈처에 문의하자 담당자도 “깜빡 잊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서영석 회장은 “버려진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보훈처는 서면 답변을 통해 ‘특정한 사건을 기준으로 (위원을) 선정하지 않았다’고 전했을 뿐이다.

정책자문위가 발족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제복에 대한 비하 인식을 예우로 바꾸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박민식 보훈처장과 보훈정책 수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던 국가보훈처는 침묵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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