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3년 미룬 ‘실손 간소화’ 결론 낼 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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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3년 미룬 ‘실손 간소화’ 결론 낼 때 왔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2.08.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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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국회에서 13년째 계류 중인 ‘실손의료보험’(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올해도 물 건너갈 조짐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의료계의 극심한 반대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국민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건강보험과는 다르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롭다.

우선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보험사 청구 양식에 맞는 증빙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많게는 열장 안팎으로 병원에 지불하는 비용도 적게나 수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실손 청구 간소화가 해묵은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지지부진한 배경은 의료계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대응TF’를 구성했다.

의협이 실손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근거는 크게 네가지다. ‘보험사를 위해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 서류 등을 전자문서로 전송하도록 강제하는 부당한 규제 및 행정부담 문제’와 ‘개인정보인 환자진료정보의 유출 개연성이 높은 점’, ‘보험사가 환자데이터를 축적해 추후 해당 환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골라서 가입시키는 역선택 소지가 큰 점’, ‘보험사를 위해 공적기관인 심평원의 설립취지와 맞지 않는 업무 위탁’ 등이다.

쉽게 정리하면 실손 청구를 간소화하면 보험사 이득만 챙긴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는 일견 타당한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많다. 실손 청구 간소화가현실화하면 소비자는 따로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보험사-심평원-의료기관에서 내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업무가 자동 진행된다. 소비자가 청구 서류를 직접 발급받을 필요도 없으니 비용 부담도 없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다. 올해 2월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중복응답)에 따르면 보험소비자가 경험한 ‘보험금 신청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 1위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제출서류 발급’(56.8%)이었다. ‘보험금 청구 및 지급 과정 중 발생한 문제’ 1위는 ‘보완서류 제출 요청’(43.6%)였다. 실손 청구 간소화를 통해 이런 불편함이 해소된다면 양업권 모두에 대한 신뢰 상승이 기대해 볼 수 있다.

‘간소화’라는 것 자체도 디지털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실손 청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는 모바일 플랫폼 등을 통해 간소화해 있다. 지나치게 종이서류를 고집하는 것도,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의료계 역시 많은 우려를 무릅쓰고, 소비자 편의를 위해 병원 방문없이 진료가 가능한 ‘원격 의료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 이에 비하면 실손 청구는 합의만 하면 진행될 수 있는 사안이다. 모든 것은 소비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보험이나 의료계나 소비자를 위한 기관이다. 업권간 이해득실만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소비자만 바라보자.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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