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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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당의 딜레마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2.08.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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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이 후보를 뽑아야 할지 저 후보를 뽑아야 할지 어느 쪽이 당의 미래에 도움 될지 모르겠다."

기자의 지인 중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서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지역별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당 대표 본경선에서는 후보들의 논란, 비전 없는 경쟁, 공세만이 가득한 모습이다.

우선 유력주자이자 당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의 주인공인 이재명 후보는 연일 설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 또 "고학력·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다"고 해 논란을 샀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을 욕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해 이른바 '의원 욕하는 플랫폼' 논란도 일었다.

'어대명 저지'를 자처하며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박용진 후보는 연일 이 후보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박 후보는 "어대명이라는 체념을 박용진이라는 가슴 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 이 의원 나오시라. 본인이 생각하는 혁신이 뭔지를 놓고 박용진과 세게 붙자"며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에도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셀프 공천 의혹' 등을 두고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나마 비전을 말하는 당권주자는 강훈식 후보 정도가 유일하다. 강 후보는 박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서도 '반명 연대'보다 '비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비전경쟁에 집중하자고 했었는데 박 후보의 비전은 아직 잘 모르겠다"며 "(박 후보가) 저한테 자꾸 '반명 연대'를 요구하고 있는데 '반명 연대'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강 후보는 최근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한자릿대 지지율을 얻으며 다른 후보들에 비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어대명'이었던 분위기는 이 후보의 당내 입지 강화, 박 후보와 강 후보의 사실상 단일화 무산 등으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바뀌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민심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당 대표, 비전 없이 공세만 일삼는 당 대표, 비전은 있지만 경쟁력 없는 당 대표 중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민주당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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