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정부 독선 드러낸 학제개편 논란
상태바
[기자수첩] 尹정부 독선 드러낸 학제개편 논란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2.08.03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내용의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학부모와 교원단체 등이 반발하며 파장이 커지자 뒤늦게 정부는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던 교육부도, 업무보고를 받고 “신속히 강구하라”던 윤 대통령도 유아 발달 단계와 초중등 교육 현실을 외면한 ‘졸속 추진’이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국민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교육부에 ‘신속한 공론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며 “아무리 좋은 개혁도 국민 뜻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다.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국민들이 정말로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박 부총리의 해명과 정책 철회 의사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2일부터 5일까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릴레이 집회’에 나섰고, 인터넷 맘카페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는 범국민연대의 만 5세 취학 철회 촉구 서명운동은 사흘 만에 14만 8000명 이상이 참여하기도 했다.

야당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워킹맘, 워킹대디의 경력단절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대통령 공약에도, 국정과제에도 없던 학제 개편을 학부모, 교사, 교육청과 협의없이 졸속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고, 이은주 정의당 대표도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76년 된 학제 개편을 의견수렴도 없이 추진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독단”이라고 했다.

‘5세 입학’은 가정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 시점을 당기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정부는 강변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성난 여론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충분한 여론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하려고 한 정부의 탁상행정과 그 바탕에 깔린 독단적 태도가 문제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와 함께 발간한 ‘2022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 한국어 판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세계 198위를 기록하며 세계 최하위였다. 사람이 자원이라는 한국에서 이미 중학교 현장부터 저출산을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교육부장관의 ‘아니면 말고’식의 교육정책 인식은 단순한 탁상행정의 한 사례만을 의미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 크다.

아이를 낳으면 백가지 혜택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보다 낳은 아이는 국가가 함께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효과적일 것이다. 부디 정부는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해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