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파트 집단 소송의 승자는 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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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파트 집단 소송의 승자는 로펌
  • 성현 기자
  • 승인 2013.09.2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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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현 기자] 아파트 입주민과 건설사 간 소송이 특별한 뉴스가 아닌 시대가 됐다.

입주민과 건설사 간 소송은 몇 년 전만 해도 하자나 부실시공 등 비교적 ‘본질’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생활편의 시설이 분양 당시 홍보된 것보다 못하다는 불만이나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 분양’으로 상대적인 손실을 입었다는 ‘부차’적인 게 주류를 이룬다.

영종하늘도시 등 일부 신도시에서는 전체 아파트 입주민들이 각 건설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내기까지 했다.

건설사들은 “입주민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보자 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소송을 내는 것”이라고 볼 멘 소리를 한다.

반면 입주민들은 “아파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건설사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소송 결과가 어찌됐건 아파트의 크고 작은 문제가 알려지면 입주민과 건설사 모두 피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다.

승자는 따로 있다. 법무법인(로펌)이다. 통상적으로 입주민과 건설사 간 소송은 그 특성상 수백~수천명의 원고·피고가 등장한다.

참여자가 많은 만큼 소송금액과 수임료, 성공사례비 역시 크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아파트의 10%만 소송금액으로 책정되고 100세대만 참여해도 금방 수십억원대 소송이 된다.

또 변호사 선임은 대부분 입소문으로 성사되기 때문에 승소하면 그 로펌은 수백여명의 홍보 요원을 확보하는 부수입도 얻는다. 이 때문에 입주민 단체에 소송을 ‘먼저’ 제안·종용하는 곳도 상당히 많다. 이른바 ‘기획 소송’으로 불리는 로펌의 영업 활동이다.

▲ 성현 건설·탐사보도 기자

하지만 이 영업(?)은 결국 법원에서 열린다. 법원이 어떤 곳인가.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구제를 받기 위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다.

자칫 성공사례비를 받기 위한 변호사들의 그릇된 변론에 법관의 판단이 흐려진다면 이는 오판을 유발하게 된다. 나아가 잘못된 판례로 향후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개연성을 제공한다.

모든 로펌과 변호사를 정의와 사실을 외면한 채 수익만 쫓는 ‘영업사원’으로 몰아세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이 힘든 이 때, 한껏 예민해진 입주민의 심리를 악용해 법원에서 영업을 하는 일부 로펌의 행태를 보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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