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 금리 역전… 고물가·고환율 잡고 자본 유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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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미 금리 역전… 고물가·고환율 잡고 자본 유출 막아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2.08.0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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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큰 폭으로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바로 전달인 지난 6월 15일(현지 시각)에 이어 두 달 연속 단행함으로써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 연준(Fed)의 결정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로 높아져서 그 상단(2.50%)이 지난 7월 13일 한국은행의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인상한 한국 기준금리 2.25%보다 0.25%포인트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이러한 기준금리 역전 상태가 지속되면 자본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채권을 팔고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돈을 옮겨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 주가 급락, 시장 금리 급등 등 금융 불안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 조짐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7조9,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외국인 ‘엑소더스(Exodus │ 대탈출)’를 이어갔고, 지난 7월 27일 장외 유통시장에서 4천65억 원 규모의 원화 채권이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6월 이후엔 채권도 순매도하는 등 ‘셀 코리아(Sell Korea │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주식을 다시 파는 것)’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을 비롯해 기축통화를 갖지 않은 나라와 신흥국들은 환율 방어와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통상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하려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7월 13일(현지 시각)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무려 9.1%나 급등하여 40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미국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일단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상승)부터 잡기 위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지난달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초강수로 그것도 두 달 연속 빠른 속도로 금리를 높이고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9월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라며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쳤다. 연준(Fed)은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대 중반까지 올릴 전망이다.

문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두 나라 금리 인상의 보폭 차이를 고려할 때 한·미 금리 차가 더 커지고 금리 역전 현상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로선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과 이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애써 경기침체(Recession)가 아니라며 다소 여유롭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이 현재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기자회견에서 얘기할 정도로 미국 고용시장은 양호하다. 재닛 옐런(Janet Louise Yellen) 미국 재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와 가계소득 등 아직 양호한 경제 지표들을 제시하며, “우리는 경제 성장에서 뚜렷한 둔화를 목격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의 악화이며, 이는 현재 일어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은 경기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기준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가계 빚이 쌓여 있고 변동금리 대출 비율도 높다. 오랜 저금리 속에서 경제 주체들이 빚을 너무 늘려 한국 경제가 금리 상승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860조 원, 기업부채 규모는 2,355조 원에 달하며,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가채무 규모는 1,018조8,000억 원에 달해 이들 경제 3주체의 부채를 다 합치면 5,233조8,000억 원이 넘는다. 이러한 뼈아픈 현실로 인해 미국처럼 빠른 속도의 긴축을 감내하기 사실상 힘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금리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 역시 바로 이런 고민 이 담겨있을 것이다.

게다가 ‘미친 물가 잡기’를 위한 금리 인상 도미노가 가속되는 가운데 ‘역(逆)환율 전쟁(Reverse currency war │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정의)’이 개시되었다. 전통적으로 자국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에 ‘환율 전쟁’은 수출 증대, 수입 축소를 목적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끌어내리는 경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을 유도하는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면서 통화전쟁의 양상이 ‘역(逆)환율 전쟁(Reverse currency war)’으로 바뀐 것이다. 글로벌 환율 전쟁의 중심에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가 있다. 미국발 초긴축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국은 ‘슈퍼 달러’에 맞서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역(逆)환율 전쟁(Reverse currency war)’의 발발인 셈이다.

세계적인 인플레 나비 효과가 커지면서 벼랑 끝을 치닫는 세계 경제의 복합적·총체적 위기 속에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상승)이라는 열병을 잡기 위해 해열제 처방에 나섰다. 덩달아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치료제를 주사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만병통치약이 아닌 양날의 검이 분명하다. 수입품 가격을 하락시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만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경기침체를 감수하는 큰 부담을 안고서까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이유는 경제 성장보다 발등에 떨어진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상승)부터 잡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물가는 평균 9.6%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34년 만의 최고치다. 선진국 중에선 미국(9.1%), 영국(9.4%), 독일(7.6%), 캐나다(7.7%), 이탈리아(6.8%) 등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지난 7월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6.0% 오르면서 1998년 외환위기 후 약 2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푼돈이라도 벌기 위한 ‘짠테크(아낀다는 뜻의 짠 + 재테크)’와 하루 종일토록 한 푼도 쓰지 않고 버티는 ‘무(無)지출 챌린지’가 MZ세대(밀레니얼 + Z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다.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올해 7월 ‘기대 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인 6월 대비 0.8%포인트 오른 4.7%를 기록해 200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지난 7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잠정)는 120.04로 전월 대비 증가율은 0.5%를 나타내며 6개월 연속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상승한 154.84를 기록해 지난 5월에 이은 2개월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3.6% 올라 16개월 연속 상승해 수입 물가의 오름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도 기준금리를 줄줄이 올리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일본 등 5개국을 제외한 15개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올해 들어 미국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려 2.25∼2.50%에 이르렀고, 아르헨티나는 14.00%포인트 올려 60%에 이르렀으며, 브라질은 4.00%포인트, 체코는 3.25%포인트, 캐나다와 멕시코는 2.25%포인트,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는 1.25% 포인트, 영국은 1.00%포인트, 인도는 0.90%포인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0.75%포인트, 유럽연합(EU)은 0.50%포인트 인상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들어 1월과 4월, 5월, 6월 등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올려 2.25%에 이르렀다. 

이처럼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태가 현실로 나타난 위기 상황에서 공은 이제 한국은행으로 넘어왔다. 지난달 사상 처음 0.5%포인트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는데도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아졌다. 다음 달을 포함해 연내 세 번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얼마나 높일지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7∼8%대로 오를 기세인 물가를 고려하면 급격히 올려야 하겠지만 소비 위축, 가계 및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지난 7월 27일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을 때 민간 소비는 0.04~0.15% 축소되는 것이라 추정됐다. 같은 조건에서 설비 투자는 0.07~0.15%, 건설 투자는 0.07~0.13%씩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기준금리는 1.75%포인트 올랐으니 민간 소비는 0.28~1.05% 정도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계 이자 부담은 올해 들어 24조 원이나 늘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달 ‘기대 인플레이션’이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인 4.7%로 치솟을 만큼 물가 문제는 심각하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처럼 소비자 인식을 바꿀 정도의 과감한 금리 인상이 한국도 단행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왜냐면 글로벌 불황과 국지적 금융위기 우려가 팽배한 상태에서는 국내외 금융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거시경제 위험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고환율 때문에 수입 물가, 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 실적과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더욱 불가피하다. 정부도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가계, 기업의 고통을 덜어줄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특별관리해야 한다. 

국내외 복합적·총체적 위기 상황을 일거에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이나 왕도는 없다. 각 경제 주체가 내핍과 고통을 분담하며 각각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한 공조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 조합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여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충격을 흡수하고, 가계는 빚과 씀씀이를 줄이는 살림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고통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국회는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를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하고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

게다가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태가 길어지면 자본 유출 리스크는 더욱더 커진다. 무턱대고 “한·미 금리 역전이 자본 유출로 직결된다.”라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자본 유출은 금리뿐 아니라 성장률, 물가, 무역수지, 환율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금리가 높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자본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대외 신뢰도는 여전히 높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와 환율의 안정, 무역수지 개선 등 거시경제 개선 노력을 차분히 전개해 나갈 시점이다. 어떠한 경우에서도 고물가와 고환율은 잡고, 자본 유출은 막아야만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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