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쪽 팔려” 진품 “빌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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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쪽 팔려” 진품 “빌려 쓴다”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5.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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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연회비 18만원-30만원선…대여명품 최고 수 천 만원

호갉주문에서 배송 및 회수까지 원스톱 서비스

한국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의 양극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일부 부유층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른바 ‘명품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 최근엔 중산층을 겨냥한 ‘명품 대여젼이 강남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명품대여점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젊은 여성층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여되는 명품들 중에는 최고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들도 있다. 명품대여점은 연회비(18만원-30만원) 혹은 예치금(명품 가격의 1/3 내고 빌림) 등을 내고 명품을 빌릴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명절이나 연말, 졸업시즌 때에는 물건이 없어서 대여가 불가능할 정도. 이런 명품열기가 과연 단순한 취향의 문제인지 아니면 명품을 통해 자신의 수준을 과시하려는 잘못된 욕망인지 명품대여점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장기적인 경제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의류나 핸드백, 액세서리 등을 취급하는 명품대여점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샤넬’, ‘구찌’,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소위 명품에 대한 구매욕구가 강하지만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짝퉁이라도 사고 보는 소비자들의 명품열기가 반영된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부쩍 시장규모가 늘어나 이제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명품 대여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특히 각종 모임이나, 연말, 졸업, 입학 시즌 등은 이런 명품대여업체들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때여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할 정도이다.

이들은 각종 중고 명품을 판대하면서 동시에 대여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또 대부분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 숍을 운영한다.

명품대여점이 개업이 활발하던 지난 2003년 문을 열어 올해로 벌써 3년째를 맞고 있는 강남구 논현동의 한 회사는 사업 초기 7,000여 만원을 투자해 샤넬, 알마니, 베르사체 등 외국 명품 의류 150여 벌을 확보했다.

또 배송 전담 직원 3명을 두고 주문이 올 경우 직접 고객에게 배달도 해준다. 또 다른 회사는 명품 대여 경쟁이 치열해지자 연예인 코디네이터 출신7명 을 두고 고객의 체형과 얼굴 형태에 맞는 옷을 선별해 주고 명품 화장품으로 화장도 해주는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류 대여료를 내려 다른 업체보다 20% 정도 저렴한 한 벌당 4만원을 받고 있다.

명품대여점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20대의 젊은 여성들이다. 한 여대생 (25)은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가거나 서양식 파티에 참석할 때 인기를 끌 수 있어 옷을 빌려 입는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신혼의 한 주부 이 모(31세)씨는 추석을 맞아 음식준비보다 옷이 더 걱정이다.고향에 내려가면 남편의 친구들 내외와 부부동반 모임을 자주 갖는데 그 때 입고 나갈 옷과 가방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남편 친구들이 대부분 부유한터라 명품 가방이나 액세서리 하나쯤은 들고 나가야 기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씨는 고민 끝에 명품대여점에서 가방을 빌려 나가기로 했다.

현재 대표적인 명품대여점으로는 ‘두리스닷컴’ 있다.  이 곳에서는 가방 · 모자 · 벨트 · 시계 등의 액세서리까지 명품의 모든 것을 대여해준다.

특히 핸드백을 위주로 대여하는데, 젊은 여성들에게 자신이 명품을 들었음을 가장 확실하게 내보일 수 있는 것이 바로 핸드백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대여 가능’이라고 쓰여 있는 제품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대여를 신청하면, 주문에서 배송 및 회수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해준다.

일반 회원과 스페셜 회원으로 나뉘는데, 일반 회원의 대여 기간은 한 물품당 최장 14일까지로, 1일(24시간 기준)에 1만~4만원까지의 대여료를 받는다.

다른 곳과는 달리 예치금이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인데 스페셜 회원(실버, 브론즈)은 1백20만원/60만원의 대여료를 미리 내면 1~2년 동안 최고 48회(1회당 14일 대여 가능)를 대여할 수 있다. 스페셜 회원은 주로 대학생이나 직장 여성이 많으며, 일반 회원은 각종 모임이나 연회에 가려는 미시족이나 맞벌이 주부들이 많다고 한다.

‘럭셔리나인’ 또한 사람들이 많은 찾는 곳이다. 중고 명품을 위탁 판매, 대여하며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운영되는데 압구정에 위치한 오프라인 숍에는 새것과 별 차이 없는 중고 명품을 빌리러 오는 대학생과 회사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여 시에는 가격의 30%를 예치금으로 맡기고 하루 1만∼2만원을 낸다. 반납 시에는 예치금을 바로 돌려줘야 하므로, 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만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7월에 오픈한 업체 피폭스는 후발주자답게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값비싼 명품 대여보다는 코디 개념의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며 주머니가 가벼운 20대 초 중반 여성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또한 다른 업체들이 고가 명품의 분실을 우려해 예치금을 받고 있지만, 피폭스는 회원을 유치하여 등급별(골드 18만 원, 블랙 28만 원, 블루 38만 원)로 연회비를 받고 명품을 한 달에 한번씩 대여하고 있다.

피폭스의 관계자는 “명품 중에서도 다소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위주로 취급하고 있다”며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30만~40만원짜리를 권하지만 수백만 원짜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명품 파티복만을 전문으로 대여하는 곳도 성황을 누리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파티문화란 것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서양식의 각종 파티가 열리고 있다.

파티에 입고 가는 의상은 일상에서는 잘 입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대여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온파티닷컴’이다.

의상학을 전공한 사장이 파티복 판매와 대여를 전문으로 오픈한 사이트로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택배로 발송해주고, 홍대앞 쇼룸으로 직접 찾아가면 전시되어 있는 각종 파티복을 입어보고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연주복이나 드레스는 자체 제작하고, 과감한 원피스나 톱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수입한다.

대여 기간은 3박 4일 이고 대여료는 5만~7만원대로 의상뿐 아니라 목걸이나 파티 가방 같은 파티용 소품도 대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복 대여’라는 컨셉트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는 ‘황금비늘’이란 곳도 있다. 이대 앞에 문을 연후 매년 규모가 급성장해 온라인 숍까지 생겨났다. 한복의 경우는 입는 횟수가 적고 가격은 비싼 편이라 필요에 따라 대여해 입는 사람들이 꽤 많다.

대여료는 예치금 없이 5만~15만원 선이며, 비녀나 고무신 등의 한복 소품은 2만원대에 대여 가능하다. 대여 기간은 2박 3일이 기준으로, 하루가 늘어날 때마다 10%의 가산금을 받는다.

이렇게 명품대여 열기는 쉽게 보아 개인의 취양에 따라 원하는 물건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빌려서 쓴다는 실속 있는 구매활동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명품 의류 대여점의 인기는 자신의 소득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값비싼 외국 브랜드라면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일부 젊은 여성들의 왜곡된 소비 행태가 낳은 희귀한 현상” 이라며 꼬집기도 한다.

두리스닷컴의 한 관계자는 “명품족은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경우와 과시욕으로 구매해 수시로 제품을 사들이는 경우로 나뉘는 것 같다”며 “부유해 보이기 위해 대여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명품은 한 사람이 가진 일종의 취향을 나타낼 수는 있어도 명품을 들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수준이나 지위를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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