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잊혀지는 '일본 불매운동'에 고개 드는 '일본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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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잊혀지는 '일본 불매운동'에 고개 드는 '일본 브랜드'
  • 유현희 기자
  • 승인 2022.07.07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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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내를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일본 불매운동이다. 당시 불매운동의 수위는 꽤나 높았다. 수입맥주 판매량 상위권에서 일본 맥주가 사라졌고 일본 자동차의 주차마저 금지하는 빌딩이 있었을 정도였다. 일본 대표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주요 점포의 문을 닫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일본 기업과의 합작을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2020년부터 2년여동안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일본 불매운동마저 잠재웠다. 이제 일본 불매운동의 기억은 거의 사라진 듯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편의점주들은 ‘포켓몬 스트레스’에 못 이겨 제품 발주를 포기하기도 한다. SNS에서는 포켓몬빵을 구입하는 노하우까지 공유된다.

굳이 사람들에게 잊혀진 일본 불매운동의 이야기를 새삼 꺼내는 것은 최근 출시된 차음료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최근 ‘태양의 원차 주전자차’를 내놨다. ‘태양의 원차 주전자차’는 보리차와 옥수수차 2종으로 구성됐다. 성장하는 차음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보리차와 옥수수차를 선택한 것이다. 기업이 성장세 있는 업종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제품이 이미 일본에서 검증된 제품으로 포장재까지 일본에 출시한 제품과 동일하다는 것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하다.

보리차와 옥수수차는 헛개차와 더불어 국내 차음료 시장의 3대 제품으로 꼽힌다. 보리차는 웅진식품의 하늘보리가 옥수수차는 광동제약의 옥수수수염차가 시장 1위 브랜드다. 여러 기업들이 잇달아 ‘미투’, ‘미쓰리’ 제품을 내놨지만 이들의 아성을 넘어서진 못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블랙보리가 시장 2위를 자리를 꿰찬 것을 제외하고 후발브랜드 누구도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보리차와 옥수수차는 3대 차음료로 전체 차음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른다. AC닐슨에 따르면 차음료 시장규모는 지난해 2966억원에 달한다. 이중 보리차는 665억원으로 단일 차음료로는 유일하게 6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옥수수차의 경우 516억원 규모로 헛개차에 이은 3위 차음료다.

코카콜라는 과거에도 일본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국내에 후속 출시한 사례가 많다. 과채음료 ‘토레타’ 역시 일본에서 어느 정도 판매량이 검증된 후 한국에 진출했다.

만약 2019년의 일본 불매운동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코카콜라는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었어도 일본 차음료라는 꼬리표가 붙은 제품을 국내에 출시하는 무리수를 뒀을까.

코카콜라는 글로벌 기업이다. 일본 기업은 아니다. 국내 코카콜라는 LG생활건강이 운영한다. 그러나 그들이 일본에서 성공한 제품이 국내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해 제품을 출시했다는 가정은 일본 불매운동을 겪어온 한 사람으로서 불편함을 넘어 불쾌하다.

일본 불매운동이 잊혀져간다. 다시 일본 문화의 공습이 시작된다. 일본 캐릭터와 먹거리들이 다시 조명받는 것을 씁쓸해하는 건 지나친 국수주의인 걸까.

K컬처와 K푸드가 사라진 일본 불매운동의 방어선을 다시 구축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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