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지현, 세대교체의 상징인가 내로남불의 상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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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지현, 세대교체의 상징인가 내로남불의 상징인가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2.07.0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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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지난 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안고 물러났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화려한 복귀를 예고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도전은 당내 계파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신의 출마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 쇄신 거부로 인해 이루지 못했던 ‘민주당 5대 혁신안’을 이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에 당내에서는 ‘원칙을 무시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행 당규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만 당 대표 선거에 나설 수 있는데 박 전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치르는 시점 기준으로 입당한지 6개월이 되지 않아 권리당원 요건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의 이에 대해 “제 출마 당락은 당 비대위와 당무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정당한 권리당원이 아님에도 당권 출마를 선언한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김빈 전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은 “추하다”며 “그야말로 지방선거라는 비상상황에서 외부 초대손님이었던 박 전 위원장이 언론을 이용해 민주당을 겁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을 위해 당의 모든 원칙을 무시하고 이렇게 당을 모욕하고 흔들어대는데 당원들에게 당신을 찍어달라 하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도 “박 전 위원장의 그동안 거듭 외쳐온 사과 요구와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남에겐 엄격하고 나에게만 관대한 고무줄 잣대와 내로남불 태도, 유체이탈 화법으로는 결코 민주당을 새롭게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 선언은 개인의 판단이라 할지라도 그의 상징성을 생각해본다면 이번 출마는 개인의 판단 이상의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당초 박 전 위원장은 당 쇄신의 상징적 인물로서 20대 청년 여성 정치인의 대표인 자격으로 국회에 입문했다. 그러한 배경과 상징성을 가진 박 전 위원장이 현시대의 청년들이 가장 비판하고 경계하는 공정과 정의를 배반하고 ‘룰 위에 존재하는 자’가 된다면 더 이상 박 전 위원장의 정치권 존재 이유에 대해 청년들은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고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청년이 기성세대 앞에서 목소리를 내려면 세대를 아우를만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원칙을 깨고서라도 지켜야 할 대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박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선언은 더더욱 논리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청년정치의 목소리는 그저 어린 아이의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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