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저신용자…2명 중 1명 불법사금융 알고도 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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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린 저신용자…2명 중 1명 불법사금융 알고도 빌린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6.30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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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막힌 돈 구멍...2금융에 대부업도 대출문 잠궈
지난해 불법사금융行 5만6천명 달해...금융소외 심화
1, 2금융권에 이어 대부업까지 대출문을 걸어 잠구자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거리 불법사금융 광고물이 부착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1, 2금융권에 이어 대부업까지 대출문을 걸어 잠구자 취약차주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거리 불법사금융 광고물이 부착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 취약 계층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는 심해졌지만 가계 대출 규제·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 등으로 돈 나올 구멍이 더 좁아진 탓이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대출을 조이는데 여념이 없고, '최후의 보루'였던 대부업체들마저 담보 위주 대출만을 늘리며 저신용자들의 대출 구멍이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제도권 금융에서조차 밀려난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불법사금융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작년 한해에만 5만6000명에 달하는 취약 차주가 제도권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면서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30일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절반 이상(57.6%)이 법에 따라 등록되지 않은 불법 대부업체임을 알고도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8.4%는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초과하는 금리로 돈을 빌렸다.

이들 중 25%는 매년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연 240% 이상의 초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응답자도 16.2%에 달했다. 절반 이상인 63.4%는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기 전인 지난 2020년보다 지난해 더 많은 사람이 대부업에서 대출 거절을 경험했다.

24%이던 법정 최고금리는 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7월 20%로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취지와 다르게 서민의 대출 시장 접근성을 낮춘 결과를 낳았다.

제도권 금융사들은 최고 금리 인하로 기존 20% 초과 금리의 대출을 내놓을 수 없게 됐다.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성은 같지만, 상환 여력 등이 떨어지는 저신용 리스크를 감내할 이유가 없다. 제도권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체에서도 밀려난 취약 계층들은 제도권 밖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렸다.

서금연이 대부업 이용자 중 신용평점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NICE평가정보 자료와 설문을 합쳐 추산한 결과, 지난해 등록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000~5만6000명으로 추정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6400억~9700억원 규모다.

지난해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도 취약계층을 불법사금융으로 내모는 배경이다. 실제 일부 대부업체들은 철수를 결정했고, 사업을 유지하더라도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였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대부업 이용자 수는 112만 명으로 같은해 6월 말 123만명보다 11만명(8.9%)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의 감소는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해 5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최고금리 인하로 약 13%(31만6000명)는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되고, 이 중 채무조정·절약 등을 제외하면 3만9000명의 불법 사금융 유입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대부업 이용 금리는 낮출 수 있지만, 대부업체가 수익성이 없는 저신용자 대출을 막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결국 현실화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정책 서민금융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대부업에서조차 거절당한 이들이 필요자금을 마련한 방법에서 정책금융 이용비율은 12.3%에 불과했다.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으로 해결했다는 응답이 35.5%로 가장 많았다. 

지난 2020년에는 전년 맞춤형 정책 서민자금인 저신용자용 '햇살론17' 등이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을 상당히 흡수하면서 정책 서민금융의 역할이 컸지만, 지난해에는 역할이 축소되고 채무재조정을 위해 마련된 정부의 제도 이용도 지속적해서 축소되고 있다고 서금연은 꼬집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금융 소외 현상을 방치할 때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악영향이 매우 크다"며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서민금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럼에도 접근이 어려운 계층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금리 수준 자체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단기 소액대부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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