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요란...글로벌 경제위기 장기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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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요란...글로벌 경제위기 장기전으로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2.06.26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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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회복에 공급 요인 겹치며 전 세계 인플레 기승
인플레 잡으려 자이언트 스텝...미국發 긴축쇼크까지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50년 만 스태그플레이션 경보
위험자산인 가상화폐의 시세 폭락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모습. 시세 그래프가 절벽 모양처럼 꺾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험자산인 가상화폐의 시세 폭락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모습. 시세 그래프가 절벽 모양처럼 꺾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차질, 수요 회복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이에 따른 주요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고 있다.

∎잔인한 6월...시작된 S공포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는 큰 파장을 남겼다. 40년 만에 최고치라던 3월 상승률(8.5%)을 뛰어넘어 41년 만의 최대 상승폭(8.6%)을 기록한 데다 4월 주춤했던 상승률(8.3%)로 인해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지나간 것 아니냐는 기대를 무너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5월 물가 쇼크는 5일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이어져 미국 기준금리는 단번에 1.50∼1.75%까지 치솟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준은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을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를 3.4%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를 비롯한 악재들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쌓여가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당분간 악화일로를 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준의 거듭된 자이언트 스텝이 예고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1년 내 미국에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이 절반에 육박할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직후 이코노미스트 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확률’에 대한 답변 평균치가 44%에 달했다. 2005년 중반부터 관련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 정도의 높은 수치가 나온 적은 거의 없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7년 12월 조사(38%)도 이번 수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신흥국 도미노 디폴트 위험도

인플레이션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 7.8%, 3월 8.8% 등 갈수록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뿐만 아니다. 소비자물가를 공식 집계하는 120개 국가 가운데 91개 국가에서 5% 이상 급등했다고 전해진다.

상황이 이러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너나없이 공격적인 긴축 정책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과거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50년 만에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음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세계은행(WB)은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이 나오기 전인 이달 7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신흥국들의 ‘도미노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경고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도가 높은 취약국가 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으로 갈아타면서 신흥국 채권수익률이 치솟고 자본유출도 심화되는 상황. 여기에 강달러 현상 심화로 신흥국들의 달러 표시 부채의 실질가치마저 치솟고 있다. 미 연준이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경우 취약국가를 중심으로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경제전쟁 대장정 돌입

한국은 7월부터 금리인상을 통해 자본유출 방어전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잇따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5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물가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낮은 점도 금리인상 폭을 키울 전망이다. 금리인상이 경기침체 위험을 높일 것은 물론이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은 이에 더해 고환율 압박까지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 해소가 우선인 미국이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해 강달러를 유지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계속 치솟고 있다. 자칫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국면이다.

정부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것을 경고한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1~2개월 내 쉽게 호전될 상황이 아니며 상당기간 고물가 속에 경기둔화 양상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 상황을 이겨내고 물가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등을 이루기 위한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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