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월세와 영끌 사이에 놓인 203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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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월세와 영끌 사이에 놓인 2030세대
  • 나광국 기자
  • 승인 2022.06.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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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나광국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지난해 뜨거웠던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30대가 가장 ‘큰 손’이었다. 30대는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를 매입하며 전통적인 주력 구매층인 40∼50대를 압도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9만3784건으로 이 가운데 30대가 33.5%인 3만1372건을 매입해 전 연령대를 통틀어 최다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많은 아파트를 매입한 40대(2만5804건)보다 21.6%(5568건) 많은 매입량이고 3위 50대(1만6428건)를 압도하는 수치다.

이런 영끌족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금리 인상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 뒤늦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이른바 ‘2030 영끌족’은 대부분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청약불패 지역으로 불리던 서울에서도 무순위 청약이 잇따르고 있고, 매매시장에서도 거래가 실종되는 등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면서 2030세대 영끌족의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끌족이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지역에 매입이 집중됐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의 집값이 흔들리면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대출까지 받아 집을 산 영끌족은 금융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행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영끌 대출자들의 걱정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최대 세 차례까지 올릴 수 있다고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7%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일각에선 연 8%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와 영끌족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집값은 뒷걸음질 중이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은 보합을 기록하며 2월 2월 첫째 주 조사 이후 12주 만에 상승을 멈췄고, 나머지 지역들도 전반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주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한 90.6으로, 5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집을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한다.

한편, 8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를 앞두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2030세대의 월세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조사한 결과, 올해 서울의 20~30대 임차인 비율은 60.7%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임차인의 경우 지난해 30.72%와 비교해 4.4%포인트 늘어난 35.12%를 기록해 가장 많이 차지했다.

결국 현재 2030세대는 영끌족으로 남느냐 아니면 월세족으로 살아가느냐 갈림길에 서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1624건 중 2030세대의 주택 매입 건수는 687건을 기록하며 다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월세는 매달 집세를 임대인에게 지불해야 돼 목돈을 모으기 힘들다. 그렇다고 전세 매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영끌을 하게 되면 부담이 너무 크다.

다음주 새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된다. 임대차 시장 보완 방안과 부동산 관련한 세제·금융·공급 등 부문별 대책이 전망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청년들은 부동산에 울고 부동산에 웃었다.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고 늦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하우스푸어가 된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정부가 발표할 부동산 정책에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주거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다양하고 일관된 정책들이 나와 청년들의 고민이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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