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전히 ‘수직적 조직문화’ 고집하는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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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전히 ‘수직적 조직문화’ 고집하는 저축은행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2.06.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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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그간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평가받던 금융권 분위기가 수평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하고 있다. 보험사와 카드사에선 직급이 아닌 ‘님’ ‘프로’ ‘매니저’ 등으로 단순화하면서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시중은행으로도 확산하면서 1금융권도 ‘프로’ ‘영어 닉네임’ 등 호칭을 바꾸고, 스마트오피스 등 사무공간도 수평적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금융권 조직문화 변화는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금융혁신과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새 고객군의 등장 등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이런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익숙하다. 우리보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일상화된 만큼 성별, 나이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제 2금융권 역시 호칭·직급 단순화, 유연근무제, 자율복장 등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늬만 수평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실제 주요 저축은행의 ‘퇴사율’을 보면 입사율을 앞서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정보 제공업체 ‘크레딧잡’에 공시된 저축은행 자산 상위 10개사의 퇴사율(정규직 기준)을 살펴본 결과 임직원 수 236명 규모의 A저축은행의 경우 퇴사율이 38%로 입사율 34%보다 높았다. 1년 만에 100명에 가까운 93명이 회사를 떠났다. 매월 7.7명의 직원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셈이다. 상위권 저축은행에선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퇴사율이 20~30%에 달했다. 역시 입사율과 비슷하거나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저축은행 퇴사는 경력직보다 경력이 짧거나 신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퇴사하거나,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이 많다는 얘기다. 이러한 배경은 딱딱하고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지목된다. 실제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군대에서 많이 사용하는 ‘압존법’이나 ‘복장 규제, ‘수직적인 조직문화’ 등 구시대적 문화가 여전했다. 자유로운 소통을 중요 시 하는 젊은 직원들에게는 낯설 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임직원 구조가 전형적인 역삼각형이라는 점도 세대교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저축은행은 인사 적체가 심각하기로도 유명하다. 실제 최근 10년간 희망퇴직을 실시한 저축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금융권 대부분이 희망퇴직과 상시퇴직 제도를 활용해 인사 적체를 해소해 온 것과도 대조적이다.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저축은행도 많다 보니 자칫 ‘공무원 조직’ 연상케 하기도 한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일하는 직원만 일하는 구조’, ‘윗사람이 일을 안한다’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저축은행 임직원 수는 상승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임직원(비정규직 제외) 규모는 8847명으로 전년 8735명 대비 1.28%(112명) 소폭 늘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다. 신규 채용에 앞서 높은 퇴사율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새로 입사한 직원 이상으로 퇴사자들이 속출하는데, 신규채용이 무슨 의미인가. 직원들의 고충은 말하기 어렵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런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대표이사(CEO)와 임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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