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갈라서!” 명절 후 이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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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 참아…갈라서!” 명절 후 이혼 급증
  • 인터넷뉴스팀
  • 승인 2013.09.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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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추석 직후 이혼건수, 전월 대비 평균 11% 증가
▲ 추석을 앞둔 10일 오전 대구 달성군 화원읍 희망나눔봉사 센터에서 열린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한국전통상차리기’ 행사에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추석 차례음식 차리기와 우리 전통 명절 예절 등을 배우고 있다. <뉴시스>

[매일일보] 3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추석 후에 이혼을 결심했다. 시가에 방문해 세 살배기 아들 보랴, 차례 음식 준비하랴 정신없는 A씨를 두고 남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TV시청에만 열중했다. 심지어 음식이 맛없다며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앞에서 언성을 높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꾹꾹 참던 A씨는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 스트레스 뿐 아니라 그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일까지 한꺼번에 풀어낸 A씨 부부는 결국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갈라서기로 했다.

결혼 2년차인 B(33)씨도 지난 설 연휴에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떠난 아내와 크게 싸우고 부부관계를 청산했다. 처가와 자신의 부모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서로의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아내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년 설과 추석 명절이 지나면 가사일 분담 등 부부갈등이 심화돼 이혼건수가 껑충 뛰어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통계를 보면 설과 추석을 지낸 직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건수는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 가량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설이 있었던 1월 이혼건수는 9013건이었으나 2월과 3월에는 각각 9398건과 90511건으로 300∼500건 늘었다. 명절 여파가 잠잠해진 4월에는 다시 8524건으로 줄어들었다. 추석이 있던 9월 이혼건수는 9137건이었으나 직후인 10월에는 9972건, 11월에는 9915건으로 800건 가량 껑충 뛰었다.

최근 5년간 명절 뒤 이혼건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때는 2008년 추석이다. 9월에는 6704건에 불과했던 이혼건수가 추석 뒤인 10월 9603건으로 43.2% 급증했다. 명절 여파에 더해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상황이 악화된 것도 이혼 급증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설 직후에도 이혼이 18.5%나 늘었다. 2월 8600건이었던 이혼건수가 설을 쇠고 난 3월에는 1만193건으로 뛰어올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법률구조2부장은 “명절 후에는 평소보다 이혼상담 신청이 많고 실제 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며 “가사일 분담, 서로의 가족에 대한 도리 등으로 시작된 다툼이 평소 쌓였던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문화적으로 자리잡은 규범의식에 따르기보다는 개별 가족의 형편에 맞춰 융통성 있게 명절을 쇠야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가족 구성원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가사 활동을 분담하고, 의사소통을 부드럽게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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