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대양당제가 삼켜버린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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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대양당제가 삼켜버린 지방자치
  • 박지민 기자
  • 승인 2022.06.01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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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무려 509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직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6배나 많다. 특히 무투표 당선자 대부분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기초 자치단체장 6명 △지역구 광역의원 106명 △지역구 기초의원 381명 △교육의원 16명 등 총 509명(비례대표 포함)으로 전체 선출 인원인 4132명 가운데 12.3%에 달한다. 4년 전 2018년 지방선거(89명)와 비교하면 5.7배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무투표로 당선된 기초단체장 6명은 모두 호남과 영남이었다. 호남의 경우, 전북 지역구 도의원 40명 가운데 55%에 달하는 22명이 무투표 당선이다. 전남도의회에서는 55명 중 26명이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광주에서는 지역구 시의원 전체 20명 가운데 11명이 무투표 당선자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국민의힘은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영남에서도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했다. 보수텃밭인 대구·경북의 경우 대구 지역 시의원 전체 29명 중 20명(69%)이 무투표 당선됐고, 경북도의회 또한 55명 가운데 17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역시 대구에서 20명, 경북은 17명이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역시 아예 경쟁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결과였다.

무투표 당선은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할 때 그 한명을 자동으로 당선 처리하는 투표 방법이다. 무투표 당선 예정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운동이 금지되고 선거 공보도 발송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을 검증할 수도 없다. 자신의 지역에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조차 모르고 결과만 받아봐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투표 당선자 대부분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이라는 것이다. 거대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니 유권자에 의한 것이 아닌 공천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셈이다. 사실 이를 방지할 장치도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양당체제에 유리한 2인 선거구를 없애고 3~4인 선거구를 늘리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시범적으로 서울 4곳, 경기 3곳, 인천·충청·영남·호남 각 1곳 등 11곳 선거구에서 3~5명을 선출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충북·충남·전북·전남도 등에선 지난 선거 때보다 2인 선거구가 늘기도 했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꽃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선거제다. 또 이번 선거는 대선 후 3개월 만에 치러지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에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견제와 균형은 온데간데 없었고 거대양당의 패권 경쟁으로 끝나버렸다. 지역을 위해 일할 진짜 일꾼은 기회를 뺏기고, 유권자들은 509명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지방' 없는 지방선거, 점점 그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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