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중국 보복은 은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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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중국 보복은 은밀할 것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5.2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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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요즘 글로벌 외교가 조잡하다. 어느 동네 주민 반상회 수준의 눈치싸움 같다. 미국과 중국이 알력 다툼을 하고 주변 아시아 국가들은 들러리를 서는 구도다. 겉으로는 공급망 안정화를 운운하면서 패권 잡기 경쟁이 한창이다. 요즘은 한번 틀어지면 전쟁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커 양국 외교를 지켜보는 약소국의 시선이 불안하다.

한국은 미국 주도 반중국 연맹에서 대만이 불참하게 된 배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가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참여로 출범했다. 당초 대만도 긍정적인 참여의사를 내비쳤고 미국도 기대했지만 끝내 불참하게 됐다. 대만이 불참한 데는 중국을 심하게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중국과의 일촉즉발 국면이 전개될 것을 염려했던 것 같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자국 반도체 수입에서 가장 의존도가 높은 대만과 한국 중 한국이 미국 편을 들었다. 미국이 IPEF를 무기로 얼마나 과격한 반중국 연대 전선을 펼칠지 모르지만 일단 중국은 불편하다. 이미 한국이 IPEF에 참여한 데 대해 중국은 불쾌한 심사를 드러냈다. 대만이라는 대안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사드 이슈 때와 달리 IPEF는 일본과 인도, 호주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동참한 연대이기 때문에 한국에만 대놓고 화를 낼 상황이 못된다. 사드 이슈 때는 삼성, SK에 대한 높은 메모리칩 의존도 때문에 서비스업에만 보복조치가 집중됐었다. 이번에도 중국은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분야에서 알게 모르게 따돌림을 시작할 듯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기존 사드체계의 강화를 시도할 경우 그것이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이 눈에 불을 켜고 보복 구실을 찾을 것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IPEF 의제는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이다. 여느 FTA처럼 참가국이 서로 관세를 낮추는 시장 개방 논의는 빠졌다. 그래서 IPEF 참가국 이득이 부족하다는 점이 협의 과정에서 지적돼 왔다. 미국이 패권 다툼을 재개할 경우 중국을 압박할 수단과 공급망 불안을 해결할 방법 측면에서 필요한 조항만 채택한 연맹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조 바이든 대통령은 IPEF 출범 직후 "대만 침공 시 참전하겠다"라는 말로 중국을 자극했다.

IPEF가 포함된 아시아의 큰 3개 연맹 중 TPP는 미국이 가입했다가 빠졌다. 그 후 만든 연맹이 시장 개방 협정을 뺀 IPEF다. 시장 협정은 멀리하고 외교적 협정만 취한 셈이다. 바이든정부도 자국이익만 내세웠던 트럼프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미국이 빠진 TPP 가입을 신청했다. RCEP는 중국 주도 협정이다. 아시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땅따먹기식 FTA 경쟁을 벌인다.

한국은 RCEP에 가입한 상태이고 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3개 연대 모두 가입해 중립적인 외교 노선을 취하는 게 최선일 수 있다. 새로운 아시아 연맹 구도 속에 한국은 민감한 외교 이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한편, 중국이 몰래 보복할 것을 수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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