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 개편, 때 놓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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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분양가 상한제 개편, 때 놓치지 말아야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2.05.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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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통장들이 갈 곳을 잃었다. 대선이 끝난 후 4월 서울에는 민간 아파트 공급이 한 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봄 분양시기 막바지에 이른 5월에도 세 자리수의 공급량을 기록하며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상반기 분양 예정 아파트 가운데 실현된 물량은 25%를 밑돈다. 나머지 75%는 뒤로 미뤄졌다.

서울 아파트 공급이 끊긴 원인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이 과열하자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 지정을 통한 적용기준을 상향했다. 현재 서울 강남 등 13개 구와 하남·광명·과천 등 경기 3개 시 322개 동을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들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는 인근 주택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공급을 막는 부작용을 낳았다. 택지가 부족해 도시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비중이 높은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며 분양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량에서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 82.8%, 2018년 70.3%, 2019년 72.9% 수준을 기록했으나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강화한 이후 2020년 56.5%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38.6%를 기록하며 2017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수요가 매매와 전세 시장으로 이동하며 집값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청약을 준비하던 이들이 신규 아파트 공급을 기다리며 인근 전세를 구하거나 구축 매매 수요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민간아파트 분양 사업자들이 유상 옵션의 가격을 과도하게 책정케 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비 등 수억원에 달하는 각종 유상 옵션 비용을 제시한 것이다. 일부 단지의 경우 발코니 확장 비용이 1억원 넘게 들어 분양가의 25%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같은 ‘꼼수’는 특히 주택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곳에서 만연했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이어지자 새정부는 분양가 현실화를 위한 제도 손질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내달 중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초 민간 주도 방식으로 공급하는 신규 주택을 시세의 80%로 공급하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정부의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분양사업자들이 버티기에 들어서며 공급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연말에야 개편된 분양가 제도가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분양 시기를 아예 내년 초까지 미룬 정비사업 조합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 변화를 기다리거나 분양가 산정에 차질을 겪으며 공급을 미룬 적체물량이 늘고 있는 만큼 시의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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