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결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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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결자해지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2.05.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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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8일 만에 내각과 참모진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 전원을 대동해 호남 광주를 찾아 5.18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며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했다.

‘5.18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42주년 기념사는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1년 전 발언을 상기시킨다.

앞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대권 도전을 시작한 지난해 5월 5.18 41주년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5.18 정신은 힘을 가진 자가 권력을 남용해 누구를 탄압할 때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끊임없이 거부하고 저항하라는 것”이라며 “5.18은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정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한 ‘특정 진영’이란 주지하듯 민주당을 가리킨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광주(12.72%)와 전남(11.44%)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 가운데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광주·전남은 민주당 깃발이면 당선이 보장되는 곳이다. 전북(14.42%)의 표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5.18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일당이 독주하는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꽃피기 어렵다. 이젠 호남의 정치지형도 변화해야 한다. 다만, 변화를 위한 노력은 호남 시민보다 현 집권세력인 보수진영에서 나와야 한다. 5.18이 사실상 민주당의 전유물이 된 데에는 과거 보수정권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전까지만 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양김(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란히 부르는 노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5.18 공식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키려는 시도를 그치지 않으면서 5.18은 진영 대결의 전장이 되고 말았다. 모두 함께 부르는 제창으로 하느냐, 합창단만 부르는 합창으로 하느냐가 논쟁거리가 될 정도니 5.18이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이에 편승해 보수진영 내에서는 ‘5.18 북한 개입설’과 ‘5.18 폄훼 언동’이 유행처럼 번져가기도 했다. 보수 일각에서는 5.18을 폄훼해야 진정한 한국의 보수라는 인식마저 엿보였다. 5.18이 특정 진영의 전유물이 된 데에는 보수진영의 책임이 큰 것이다.

이제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광주로 내려오는 KTX 열차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까지 나눠주며 제창을 독려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약속도 했다. 결자해지의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5.18 기념식 하루 전 5.18의 헌법 전문 반영과 관련, 광주지역 라디오에 나와 “당연히 헌법 전문의 가치가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당내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었다면 대선 때 그런 의견을 얘기했어야 한다. 그때는 그렇지 않고 지금 와서 갑자기 다른 의견을 얘기한다면 그분들은 굉장히 비겁한 분들”이라고 했다. 결자해지를 위해서는 우선 ‘굉장히 비겁한’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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