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우리은행에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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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우리은행에서, 또…
  • 김경렬 기자
  • 승인 2022.05.1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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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대 횡령 사태 ‘곤혹’…관리감독 책임 누구에게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내부통제 미스테리 사건이 터졌다.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저녁 금감원에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사실을 보고했다. 우리은행은 횡령 직원 A씨의 잠적 사실을 파악한 당일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A씨는 대우일렉트로닉스 계약금 몰취금을 계좌에서 모두 뺐다. 범행은 2012년 10월12일, 2015년 9월25일, 2018년 6월11일 세 차례 걸쳐 이뤄졌다. 우리은행 임직원 누구도 10년 간 이 사실을 몰랐다.

우리은행은 횡령금 대부분을 이란에 지급했다. 손실분은 즉각 1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횡령금은 기업개선 관련 부서에서 일하던 A씨가 관리했던 에스크로(가상계좌)에 있었다. 채권단이 한국정부를 상대로 756억원(계약금과 이자 등)을 돌려달라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진행하면서 계약금 처리가 미뤄졌다. 그사이(2018년) A씨는 범행을 마치며 기업개선부를 떠났다. 떠난 시점에 계좌는 아예 해지됐다.

우리은행은 알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A씨가 문서를 위조한데다 연말 장부를 잘 맞춰놨다. 계약금이 에스크로에 있어 파악은 더욱 힘들었다고 한다. 우리은행은 2015년 에스크로를 통해 대부업체의 사기행위를 방관했다는 의혹으로 한번 곤혹을 치르고도 또 뭇매를 맞고 있다.

이상하다.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의 최대주주는 캠코(당시 지분율 57.4%)였다. 나머지 42.6%는 대주주 채권단(우리은행 포함)이 관리했다. 계약금을 우리은행에서 핸들링 했다고 하더라도 자금을 옮길 때는 채권단 회의가 필요하다. 캠코 단독으로도 할 수 없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본부장 급 직원이라도 캠코에서 확인없이 계약금이었던 자금을 인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보통 빠르게 처리하려면 팩스나 퀵으로 원본을 받고 컨펌도 받아야 되는데 이 과정이 모두 생략돼 이상하다”고 전했다. 여신담당 본부장 등 임원이나 기업개선부 모두가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안타깝다.

검사실 경영감사부 역시 뒷짐졌나보다. 은행내 모든 부서는 경영감사부에서 매년 1주일씩 감사를 받는다. 감사에 들어가는 인원만 5명 정도다. 사건이 불거진 때부터 10년 동안 10여차례 감사에서 밝혀내지 못한 셈이다.

아직까지 이번 일을 책임질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관련자 색출에 대한 의지는 결연하다. 작년 은행 연합회와 합의한 내부통제규준안과 달리 아직 책임 소재는 불분명하다. 우리은행은 지배구조공시에 ‘이사회의 책임’을 명시키로 했지만 하지 않았다. 만드는 과정에 은행 담당부서장 등 회의도 여러번했다. 초창기라 권고사항인 탓도 있겠지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겪고 해당공시에 이사회 책임을 적시한 하나은행과 분명 대조적이다.

맨 윗선에서 이번 일을 충분히 몰랐을 수 있다. 들여다보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감독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거액 횡령 사건이 발생했던 국민·조흥은행의 경영진 등에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새로운 행장 체제가 막 개막한 후라 이번일의 갈무리는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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