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라건설에게도 ‘자물쇠’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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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라건설에게도 ‘자물쇠’ 필요한가
  • 이혜진 기자
  • 승인 2013.09.08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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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세상 사람들 중 98%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는다.”

美 듀크대학교 행동경제학자 댄 에리얼리 교수의 저서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나오는 말이다.  에리얼리 교수에 따르면 ‘자물쇠’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즉 정직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직한 상태로 계속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한라건설은 지난 23일 정부의 회사채 차환 지원 첫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만기 도래한 1100억원 규모 회사채의 80%에 해당하는 88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건설사 중 회사채 차환을 신청한 기업은 한라건설이 유일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한 것인데 다른 회사들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해 눈치를 보고 있다”며 “가장 먼저 회사채 차환을 지원해 실리를 챙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주변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한라건설의 ‘찡찡거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한라건설은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화끈한 지원을 받았다. 만도, 마이스터 등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들은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34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정몽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한라건설에 무상 증여했다.  그런데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은 한라건설의 행보에도 이유가 있다. 이곳저곳에 손을 벌리고 다니는 와중에도 삐걱삐걱 잡음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프장 인수다. 한라건설은 지난 7월 말 골프장(세라이오 CC) 운영관리업체인 상우산업개발을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적자로 640억원 상당의 PF대출 지급보증을 이행하게 되자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앞서 제주 세인트포 골프&리조트의 PF 채무 530억원을 인수하기도 했다. 골프장을 정상화시켜 매각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실정이다.

▲ 이혜진 건설·탐사보도 기자.
한라건설에도 ‘자물쇠’가 필요한 것인가. 언제든 위급해지면 누군가 도와줄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한라건설은 무엇보다 남의 곳간에는 묵직한 자물쇠가 잠겨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있는 곳이 아니며, 한번 열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일반 자물쇠가 정직한 사람들이 정직한 상태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라면, 한라건설의 자물쇠는 독립적 기업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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