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3세 경영인에게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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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3세 경영인에게 필요한 것은
  • 유현희 기자
  • 승인 2022.04.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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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유현희 기자] 유통업계에 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2·3세들이 임원으로 창업주의 회사에 첫 발을 내디뎠다면 MZ세대 3세들은 바닥부터 시작한다. 과장급 이하, 사원부터 차근히 시작하는 3세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행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3세들과 함께 근무하는 이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어차피 부장이 되고 임원이 되고 나아가 대표가 될 이들과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란다. 직급이 낮다고 3세들을 일반 부하 직원처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도 조심하게 된다. 괜히 3세에게 부하 직원에 ‘갑질’ 하는 상사로 낙인찍힐까 두려워서다.

최근 만난 한 임원은 “나는 임원실에 있는데 3세가 직원들하고 같이 파티션으로 나눠진 공간에서 근무하는 걸 보면 방을 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평사원으로 입사한 것이 기업 이미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불편함과 이로 인한 업무능률 저하는 기업에 독이다.

3세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각기 다른 회사지만 이들과 근무하는 이들이 바라보는 3세의 성향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일단 거침이 없다. 3세는 2세와 달리 창업주가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하고자 하는 일에 제약도 거의 없었다. 때문에 신규 사업 제안부터 업무를 추진하는 것까지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고 거침없이 진행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란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르다. 창업주와 2세와 달리 3세들의 상당수는 MZ세대다. 그러나 금수저 MZ세대인 3세들을 기존의 MZ세대와 비교하긴 어렵다. 3세들 상당수는 유학파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년을 해외에서 보낸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그만큼 떨어진다. 이들이 제안하는 사업 역시 국내 실정을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A기업의 팀장은 “부서 막내지만 임원보다 조심스러운 3세가 제안한 사업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사업계획서를 위에 보고하면 무능하다는 소리는 내 몫이다”라고 하소연한다.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이 국내에서 실패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세계 1위 할인점 월마트가 한국에서 짐을 쌌고 P&G가 야심차게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올레이도 한국 시장을 포기했다. 네슬레의 커피믹스는 철수 후 롯데와 손잡고 재진출하기도 했다. 해외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한국에서 재현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들은 이미 3세 경영을 넘어 4세 경영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 3세 경영인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2세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 3세들도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로 맥주 시장을 뒤흔들었고 대형마트의 위기 속에서 이마트는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직장을 옮긴 친구는 오너 3세와 연배가 비슷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또래라는 동질감보다는 이야기를 할수록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사업을 하면 어떨까’라며 의견을 물어서 조언을 듣고 싶은 거라 생각했지만 해당 사업의 단점을 이야기하면 들을 뿐 사업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니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상당수가 3세 경영에 돌입했다. 3세 경영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소통은 필수다. 3세 경영인들에게 조언한다. 앞(기업의 미래)보다 옆(임직원)을 볼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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