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말로만 통합, 더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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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말로만 통합, 더는 안 된다
  • 송병형 기자
  • 승인 2022.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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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송병형 정경부장

20대 대선 선거일 직전인 지난 7일(미국시간) AP통신은 한국의 대선을 넷플리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에 빗댄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에서는 오징어 게임 선거운동이 추잡해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였다.

이전에도 이번 한국 대선을 신랄하게 비판한 유력 외신보도가 있었지만 AP 비판 수위는 더 높았다. AP는 이번 기사에서 “(대선 승패에) 무엇이 걸려있나?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가 체포될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며 “이미 정치적으로 분열된 (한국) 사회가 악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 분열’은 대선 때마다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고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한국 사회의 분열상이 심화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역대급 투표 열풍’이 불고, 사생결단식의 진흙탕 선거전을 벌여도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한다.

심지어 여권 지지자가 야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야권 지지자가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속출한다. 이제는 보수·진보 각 진영 고유의 정치적 가치마저 무의미해지는 분위기다. 오직 ‘적이냐 동지냐’의 편 가르기가 지배하는 분열의 정치가 극단을 향해 달리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치권의 국민 통합 노력이 갈수록 겉치레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때마다 치열한 경쟁의 후유증이 불거졌지만 이를 치유하기 위한 통합 노력이 승자의 미덕이 되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승자가 외치는 ‘국민 통합’은 ‘말뿐인 통합’이 돼가고 있다.

당장 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대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국민 통합’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라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선 패자들을 향해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가야 할 동반자다. 이제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을 뒤로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앞으로 전진해야한다”고 했고, 국민들을 향해서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저는 감히 약속드린다”며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통합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을 향해 “말로는 통합을 부르짖으면서 실제 행동은 전부 갈라치기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 편을 견고하게 가져갔다. 그러니까 (국정운영 지지도) 40%가 나오는 것”(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라는 혹평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대선 승자를 비롯해 여야 후보들 모두 선거전 내내 ‘국민 통합’을 외쳤다. 당선자의 취임사 메시지에도 ‘국민 통합’ 약속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말뿐인 통합’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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