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금이라도 '탈원전' 전환 속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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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금이라도 '탈원전' 전환 속도내야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2.03.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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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상래 기자.
산업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국제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경제 회복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중되는 가운데 핵심 원자재인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폭등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야기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 문제는 높은 가격도 문제이지만 가격 변동성, 즉 극도로 높은 불확실성 또한 심각한 문제다. 최근 국제 원유 가격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가격 변동성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일인 지난달 24일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때 9% 이상 오르며 배럴당 100달러를 찍었다. 이는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하지만 이러한 초고공 행진은 하루가 멀다하고 끝났다. 신기록 기염을 토했던 바로 그날 곧바로 8% 상승분 가까이 반납한 것이다. 결국 당시 최종적으로 원유 선물은 0.8% 상승에 그쳐버렸다. 지난달 28일도 마찬가지다. 4월물 WTI 선물이 장이 열리는 시작과 동시에 9%대 급등하면서 배럴당 99달러를 다시 찍어 100달러 시대 도래를 앞당기는 듯 했다. 하지만 역시 상승분을 토해내고 93달러까지 내려갔다. 종가는 95달러 선에서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에 크게 노출됐다. 석유 한 방울도 안 나오는 지정학적 불리함 속에 '탈원전' 카드를 꺼내어 원유, 천연가스 등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더욱 높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경기 회복 인플레이션이 커졌고,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불안까지 더해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 유가 변동성에 경제구조가 취약하다. 현대경제연구원 ‘국제유가 상승이 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 위험도 심각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리스크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은 국내 전기요금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 수입가는 톤당 1136.675달러로 전월대비 27.35% 상승했다.
이러한 위기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기조와 거리가 있는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적절한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원전의 안전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한울 1, 2호기와 신고리 5, 6호기의 빠른 시간내 정상가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탈원전'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만한 발언이다.
아직 정부는 '탈원전 기조' 전환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탈원전' 기조를 고수할 때가 아니다. 늦을 때가 빠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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