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금융조달 환경 급경색…긴축 대비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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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금융조달 환경 급경색…긴축 대비하는 기업들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2.06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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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증시 폭락으로 금융조달 환경 나빠져
기업들, 대출 줄이고 유동성 관리 힘주는 보수적 전략 선회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선적 부두. 사진=연합뉴스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선적 부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금리인상과 증시폭락 등 금융조달 환경이 급격히 경색되며 기업들이 대출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양적 긴축 추진이 빨라짐에 따라 이러한 양상은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말 재고자산이 41조3844억원으로 3분기말 37조8017억원에서 대폭 늘어났다.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의 생산차질로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돼 재고를 확보하는 데 힘쓴 결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매출채권도 42조3697억원에서 40조7134억원으로 줄였다. 통상 연말엔 밀린 재고를 줄이기 위해 매출채권을 늘리면서 밀어내기도 하지만 이와 반대로 보수적인 전략을 취했다. 여기엔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커지고 미국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대해 대비하려는 의도가 섞여 있다.

비단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적으로 유동성 호황이 마감되려는 시점을 전후해 전보다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대출 잔액 규모가 2019년 44조9000억원 증가한 데 비해 2020년 107조4000억원으로 두 배나 늘어난 바 있다. 작년에도 89조3000억원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기조가 유지됐으나 지난 12월 2조8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매년 12월에는 운전자금 일시상환 등으로 대출이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작년 12월 회사채가 8000억원 순상환된 게 특징이다. 전년 동월 3000억원 순발행된 것과 차이가 있다.

특히 기업들은 시장의 풍족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28조9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발행했지만 연말에는 전체 발행규모가 6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3조원에서 축소한 것도 부각된다. 지난해 10월까지 월평균 1조2000억원이었던 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도 11월 2조1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 5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유동성 호황에 자금 조달 계획을 서둘렀던 기업들이 차츰 자제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배경을 따져 보면, 국내 산업계 전반적으로 금융조달시장과 관련된 기업 신용흐름이 전보다 나빠질 흐름을 타고 있다. 기존 인플레이션에다 달러대비 원화약세로 인해 원자재 수입가가 증가하며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는 등 최근 부정적인 산업환경 때문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예고에 따라 국내 금리도 오르면서 기업의 직접적인 대출비용 부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의 유동성규제 완화, 만기 연장 등 코로나19 대책으로 실시됐던 금융지원조치가 3월말 완료되는 신용위험도 안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비중이 큰 중소기업은 국내 오미크론 확산으로 내수 침체 위험도 증가하면서 부담이 중첩되는 형편이다.

코로나19 펜트업 수요 둔화까지 겹친 전자제품 업종에서 이러한 채산성 악화 등의 급격한 반전이 투영된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4분기 실적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물류비 부담까지 나타났으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관측했다. LG전자는 올해 연간 생활가전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다소 하락하고 수익성 또한 비용 증가 영향으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펜트업 수요가 진정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회사채를 발행해 운전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전보다 회사채금리를 높여서 발행하게 됐다. 금융조달 비용이 오른 셈이다. 최근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SK인천석유화학은 가산금리가 높게 책정됐다. 그나마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사채 발행이 필요한 기업들은 더욱 서두를 공산이 커 보인다. 사전 수요예측이 저조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계획을 철회한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금융조달 시장 내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현상도 감지된다. 유동성 호황이 마감될 기류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점점 뒷짐지는 자세가 조성되고 있다. LS전선이 최근 5년물 600억원 회사채를 모집하려했으나 300억원 확보에 그쳤다. 한화솔루션과 CJ제일제당은 5년물 사채에서 민간채권평가사 평균금리를 웃도는 오버발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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